의붓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편이 보석으로 석방되자 딸의 친어머니가 격분,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재판부에 택배로 우송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한국계 일본인인 A(42·여)씨는 1994년 재혼한 미국 MIT 박사 출신 B(50)씨가 결혼 이듬해부터 자신의 딸 C(당시 6세)양을 상습 성폭행한 사실을 알고 B씨를 고소했다.
홍콩에서 대학교수로 일했던 B씨는 수사결과 C양을 7년여 동안 성폭행한 사실이 밝혀져 지난해 9월 구속돼 올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달 25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 중 구속시한(4개월)이 만료돼 재판부로부터 보석허가를 받아 22일 석방됐다.
지난주 B씨의 석방 예정 소식을 접하고 격분한 A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2㎝가량 절단한 뒤 '내 딸을 망친 자를 용서할 수 없다.
남편을 엄벌하지 않으면 딸과 함께 분신 자살하겠다'는 내용의 혈서와 함께 잘린 손가락 마디를 동봉해 택배로 B씨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 앞으로 보냈다.
이날 딸과 함께 일본에서 귀국한 A씨는 기자회견에서 "딸을 성폭행하고 인생을 망쳐놓은 자를 석방하다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측 변호인인 강지원 전 청소년보호위원장은 "아동 성폭행은 단 1회의 경우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것이 관행"이라고 밝혔다.
담당 재판부는 "B씨 보석석방은 항소심 구속시한 만료에 따라 손가락 배달 이전에 결정된 것으로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호원 부장판사는 "손가락은 재판자료가 될 수 없어 냉동보관을 지시했으며, 고소인이 찾아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보충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2심 선고를 연기하고 다음 달 14일 속행공판을 열기로 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