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단체가 제시한 최후통첩시한이 연장된 것으로 전해진 지 불과 6시간여 만에 김선일씨가 참수된 것으로 전해지자 정부는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국방부 등 관계당국은 23일 새벽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김씨가 살해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정부는 22일 밤까지만 해도 김씨의 석방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최영진 외교차관은 이날 밤 예정에 없이 외교부 상황실을 찾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선일씨 석방교섭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보고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결국 처형됐다.
정부는 그동안 현지에 파견한 고위 당국자를 통한 직접교섭 이라크 지도급 인사를 통한 간접교섭 아랍권을 중심으로 한 각국 정부를 통한 외각 교섭 등 3차원의 채널로 납치단체와 접촉을 시도해왔다.
정부는 우선 김씨를 납치한 무장단체의 성격과 요구사항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면서 가능하면 직접 교섭에도 나선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이날 요르단에 도착한 장재룡 대사 등 협상대표단은 주이라크 대사관의 협조를 받아 이라크 정부와 미군 임시행정처(CPA), 다국적군사령부(MNF-I), 인근 중동지역 국가와 접촉을 갖는 등 본격 구출활동에 나섰다. 대표단은 특히 미군 당국과 이라크 현지인들의 긴밀한 협조를 얻어 김씨를 납치한 무장단체와 직간접적인 접촉도 시도했다.
정부는 또 현지언론과 이슬람단체 등을 통한 아랍권과의 접촉 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아랍지역이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는 특수성과 정치·군사적 대립각을 최소화함으로써 인도주의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현지언론 중 가장 주목하고 있는 대상은 알 자지라 방송이다.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협력대화 외교장관회의 참석 도중 이날 오후 급히 귀국한 반기문 외교장관이 알 자지라에 출연한 것도 이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앞서 정문수 주카타르 대사, 열린우리당 송영길 윤호중 의원 등이 잇따라 알 자지라에 출연했었다.
이라크 수니파 지도자들의 협의체인 이슬람 울라마(Ulama)가 21일 김씨 석방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종교단체와의 지속적인 접촉의 결실이다. 정부는 지난 4월 납치된 일본인 3명의 석방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울라마측과의 접촉을 위해 외교채널과 현지활동 경험이 있는 비정부기구 관계자들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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