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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 비경' 끄트머리 섬 가볼까-울릉도·백령도·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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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 비경' 끄트머리 섬 가볼까-울릉도·백령도·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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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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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에 앞서 어떤 의미를 맛보려고 찾아가는 곳이 있다. 가장 높은 곳, 가장 넓은 곳, 가장 위험한 곳 등등. 그런 여행지 중 ‘이 땅의 끄트머리’가 있다. 울릉도, 백령도, 마라도를 찾는다. 울릉도는 독도 안쪽의 섬이지만 민간인이 찾을 수 있는 여행지로는 최동단이다. 백령도도 최서단(격렬비열도)은 아니지만 심정적으로 가장 멀리 있다. 이 땅의 끝섬들은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으로 포장이 되어 있다. 휴가를 몽땅 털어넣어도 실망스럽지 않다.

● 울릉도(경북 울릉군)

울릉도 유람선관광에서 만날 수 있는 갈매기떼. 유람 내내 배를 따라다니며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 먹는다.

울릉도는 ‘떠있는 섬’이 아니라 ‘솟아있는 섬’이다. 약 2,500만년전 강력한 해저 화산이 폭발했고 그 용암덩어리가 솟구쳐 오르면서 그냥 식어버렸다. 그래서 섬 전체가 돌비탈이다. 어떻게 사람이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절로 든다.

울릉도를 돌아보는 코스는 크게 세 가지. 해안도로를 따라 도보나 렌터카를 이용한 섬 일주와 유람선으로 섬을 돌아보는 해상일주, 그리고 성인봉 등반이다. 2박3일의 일정이면 충분한데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한 만큼 날 좋을 때 유람선부터 타는 게 좋다. 도동항을 출발해 2시간 가량 섬을 시계 방향으로 한바퀴 도는 일정이다.

도동에서 망향봉을 돌자마자 기암의 절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사자바위, 만물상, 대풍감 등이 그림처럼 펼쳐지다가 ‘울릉도 제1경’이라는 공암에서 해상일주는 절정을 맞는다. 코끼리바위로도 불리는 공암은 보는 거리에 따라서 느낌이 크게 다르다. 멀리서 볼 때에는 코끼리를 빼닮은 절묘한 형상이 놀랍고 가까이서 살피면 정교하게 조각해놓은 듯한 주상절리의 모습에 감탄한다. 죽도에서 도동으로 돌아가는 항로는 울릉도에서 가장 파도가 높은 곳. 승객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쾌감에 비명을 지른다.

울릉도는 속내가 깊다.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운 바위산은 인간의 발길을 가로 막았다. 그 덕에 스스로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 작은 섬나라에는 ‘원시의 비경’이 곳곳에서 남아 숨쉬고 있다.

그 비경의 언저리라도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은 성인봉 등반. 단연 울릉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성인봉의 높이는 984m. 1,000m도 안되는 산이라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등산이 해발 0m에서 시작하는데다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험하다.

등산코스는 도동에서 동남릉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과 차를 이용해 나리동으로 이동한 다음 정상에 올랐다가 도동으로 하산하는 두 가지가 있다. 나중 코스를 이용하면 울릉도 북서쪽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원시림의 이국적인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성인봉의 정상은 넓은 평상 하나의 크기. 등반객이 많을 때는 제대로 올라서지도 못한다. 그러나 꼭 정상을 밟고 사면을 둘러보아야 한다. 절벽 사이로 펼쳐진 망망대해. 360도를 둘러봐도 모두 수평선이다. ‘내 생애 가장 넓은 곳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는 희열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울릉군청 문화관광과 관광진흥계 (054)790-6393.

●마라도(제주 남제주군 대정읍 마라리)

마라도는 작은 동화의 나라이다. 둘레 4.2㎞, 면적 9만여평. 한반도의 705개 유인도 중 434 번째로 크다. 현재 9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원래 무인도였다. 가장 큰 이유는 파도. 마라도의 인근 해역은 제주에서도 물길이 가장 험한 곳이다. 바로 옆 섬의 이름이 가파도(加波島)인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마라도 여행은 거친 파도타기로 시작된다. 뱃길은 모두 두 가지. 모슬포항에서 도항선인 삼영호(064-794-3500ㆍ매일 오전 10시, 오후 2시 출발)를 타거나 송악산 선착장에서 유람선인 유양호(794-6661ㆍ오전 9시 30분부터 매일 7차례 왕복)를 이용한다.

마라도는 우선 색깔로 존재를 알린다. 코발트색 바다와 연초록 초원이 만들어내는 색깔의 변주. 마라도의 첫 감동이다. 자리덕 선착장 양쪽은 거대한 해식동굴의 군락이다. 동굴들이 도열하듯 입을 열고 쪽빛 파도를 마시고 있다.

마라도를 일주하는 데에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오토바이와 경운기를 합친 섬일주 택시와 대여해주는 자전거가 있지만 걷는 것이 제격이다. 바다에 둘러 싸인 푸른 초원을 걷는 기분이 남다르다. 대부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멈추어 서서 기념촬영을 할 곳이 몇 군데 있다. 으뜸은 최남단비석. 한자로 ‘대한민국 최남단’이라고 써 놓았다. 그 앞에 장군바위가 있다. 마라도 사람들이 수호신으로 믿는다. 장군바위에 오르면 바다가 성을 낸다고 믿어왔다. 가끔 영문 모르는 나그네가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주민의 호된 꾸지람을 듣는다.

최남단비 옆 언덕에 마라도 등대가 서 있다. 남중국해로 나가는 모든 배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세계 해도에 설사 제주도가 빠졌더라도 마라도 등대는 반드시 표기돼 있다. 1915년 3월부터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등대 언덕을 내려오는 길은 넓은 초원이다. 마라도 여행의 종착지이다. 옛 무덤이 있다. 더 이상 새 무덤은 생기지 않는다. 노인이 세상을 뜨면 제주나 육지의 자손이 모셔가기 때문이다. 무덤은 돌담 안에 누워있다. 드넓은 초원에 드러누운 야트막한 무덤이 망망대해에 엎드려 있는 마라도를 닮았다.

마라도의 으뜸 명물은 짜장면. 표기법상으로는 자장면이 옳지만 ‘마라도 짜장면’으로 특허를 받았다. 마라도 짜장면집(064-792-8506)은 주인 방다락(55)씨가 개그맨 김국진과 이창명이 출연하는 통신업체의 CF를 보고 마라도의 명물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탄생시켰다. 소라 조개 오징어 등 15가지 이상의 해산물과 감자 양파 당근 콩 등 30여 가지의 야채가 들어간다. 장을 만드는 육수는 생선뼈와 해초를 우려서 낸다. 한마디로 구수하다. 대정읍사무소 (064)794-2301.

●백령도(인천 옹진군 백령면)

백령도는 더 이상 먼 섬이 아니다. 분단이 만들어 낸 칙칙한 선입견도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이제 서해안 관광지 중 가장 경쟁력이 높은 섬으로 떠오른 백령도는 빼어난 경치와 풍부한 물산으로 찾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기암절벽이 늘어선 두무진(頭武津)해안은 백령도 여행의 백미. 파도와 매서운 해풍에 깎인 바위들이 마치 투구를 쓴 장군들이 회의를 하는 것처럼 늘어서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선대 형제 병풍 장군 코끼리 바위 등 하늘로 치솟아 오른 해안기암들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천연기념물 제392호인 콩돌해안은 모래대신 콩알만한 돌로 이뤄진 해수욕장. 형형색색의 돌들이 쌓여있는데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낸다. 햇볕에 달구어져 따뜻해진 콩돌에 누워 바다바람을 맞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사곶해수욕장은 이탈리아 나폴리 해안과 더불어 세계에서 두 곳 밖에 없다는 천연비행장. 조개껍질이 잘게 부서져 형성된 탓에 물이 빠지면 비행기가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진다. 실제로 한국전쟁 때 미군이 비행장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길이가 4㎞, 썰물 때 폭이 300m에 달하고 경사도 완만해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도 있다. 역시 천연기념물391호로 지정되어 있다.

백령도 여행에서 또한 즐거운 곳은 입이다. 맛있는 여행이 보장된다. 대표적인 것이 바닷장어. 바닷장어는 아무 양념을 하지 않고 그냥 숯불에 굽는다. 하얗게 익은 장어를 백령도 특산물 1호인 까나리액젓에 찍어 먹는다. 인공적인 조미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풍성한 맛이 입 속에 오래 남는다.

백령도에는 ‘1년 농사로 3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업이 발달돼 있다. 경작되지 않는 작물이 거의 없는데 유독 과일류는 포도를 제외하고 수확이 신통치 않다. 그래서 ‘대체과일’로 떠오른 것이 수입과일인 키위다. 수만평의 키위농장이 있는데 이 곳의 키위는 크기가 보통 키위의 1.5배 정도에 달하고 당도가 뛰어나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냉동시키지 않은 현지의 육류는 물론 감자 고추 등 농작물의 품질도 뛰어나다. ‘백령도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진촌리에 자그마한 시장이 있는데 넓적다리만한 무, 한아름에 안기도 힘든 배추 등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이제 소문이 나서 육지에서 관광을 온 아주머니들이 좁은 시장골목에 가득하다. 백령면사무소 (032)836-1771.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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