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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생각한다]<3>신문의 경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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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생각한다]<3>신문의 경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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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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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 시대에 신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인쇄매체인 신문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한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신문은 단순히 종이 위에 잉크가 발라져 있는 인쇄매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매일 보는 신문은 본질적으로 디지털 매체에 기반한 일종의 전자매체다. 종이 신문이 전자매체라니? 무슨 소린가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요즘 보는 것과 같은 형태의 근대적 신문은 19세기 중반 이후 등장한 것이다. 하루 동안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정리해서 보도하는 일간신문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전신 (電信·Telegraph)이라는 전자매체 덕분이다. 전신망을 통해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기사가 매일 저녁 마감시간 내에 신문사 편집 데스크 위에 모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일간신문이 본격적인 의미의 대중매체로 자리잡은 것은 전신망이 깔리고 난 이후의 일이다.

최초의 전신은 1844년 미국 워싱턴과 볼티모어 사이 철도용으로 가설됐고 한국에는 1885년 서울과 인천 사이에 개통됐다. 철도망과 함께 뻗어간 전신망은 네트워크 사회의 기반이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국 매체로서의 신문이 등장했다.

전신망의 보급과 거의 동시에 AP(1848년)나 로이터(1851년) 등 국제 통신사가 등장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언론인은 열차 운행 통제를 위해 철도망과 함께 부설된 전신망에서 뉴스매체의 엄청난 잠재력을 발견했던 것이다. 지금도 기사를 "타전한다"고 표현할 만큼, 이후 신문과 전신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사실 전신이야말로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한 인류 최초의 디지털 매체라 할 수 있다. 이진법의 부호(Binary Code)로 정보를 주고 받게 됨에 따라 정보이론이 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전신은 따라서 인터넷의 모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전신이라는 획기적인 뉴미디어가 전통적 의미의 신문을 근대적 의미의 신문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는 사실이다. 많은 매체 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새로운 매체가 기존 매체를 대체하거나 없애버리지는 않는다. 다만 기존 매체의 의미와 사회적 기능을 바꿔놓을 뿐이다.

예컨대 20세기 초 라디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뉴스 매체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별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이 없던 초창기에 라디오는 신문의 뉴스 기사를 그대로 읽어주었다. 이 때문에 라디오는 '전자신문(Electronic Newspaper)'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라디오가 보급될수록 신문의 입지가 좁아지고 결국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신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라디오의 보급과 신문 발행부수는 같이 증가했다. 라디오의 등장으로 신문은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나 해설 등의 기사 형식을 새로이 개발하게 된다. 신문의 위기처럼 보였던 라디오의 등장이 사실은 새로운 발전의 기회였던 셈이다.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라디오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물론 거실 한가운데 놓여서 연속극을 들려주던 라디오는 사라졌다.

하지만 라디오는 음악방송이나 교통방송 등을 통해 새로운 청취자 층을 발굴함으로써 계속 발전했다. 라디오 방송국과 단말기의 보급은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21세기는 라디오의 새로운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기존 매체를 대체하거나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기능을 바꿔놓고 결국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며 공생토록 했다.

신문 역시 매체 환경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신문은 '뉴스페이퍼'지만 요즘 신문은 점차 잡지처럼 되어가고 있다. 각종 섹션에 실리는 건강, 경제, 레저, 여행, 책 등의 정보는 이미 '뉴스'가 아니다. 신문은 뉴스를 포함한 여러 가지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종합 정보지로서 탈바꿈한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으로 전통적 의미의 신문과 방송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나 언론의 고유한 기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예컨대 시사 논평이 언론의 주된 임무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단순 사실 관계의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일반적 사용자도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인터넷이 보편화하기 전에는 오늘 증권거래소에서 어느 정도의 주식이 거래됐고 주가지수는 얼마로 마감됐는지가 충분한 뉴스 가치를 갖는 정보였다. 그런데 이제 거의 모든 투자자가 인터넷으로 사이버 증권 거래를 하면서 오늘의 주가지수가 얼마였다는 것을 보도하는 것은 뉴스로서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이 때 저널리스트(예컨대 증권담당 기자)는 주가지수 그 자체를 취재해 알려주는 일보다 주가지수의 의미를 해석하고 논평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 정부나 기업 그 밖에 모든 기관이나 개인도 거의 모든 정보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생산, 처리, 송수신, 저장하게 되므로 취재나 기사 쓰기의 의미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많은 취재가 앞으로는 디지털 정보의 덩어리(일종의 데이터 베이스)를 검색하는 형태를 띨 것이며 따라서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가 더욱 보편적인 취재 형태가 될 것이다.

매체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디지털 매체의 확산은 기존의 종이 신문에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신문이 담당해왔던 저널리즘이라는 기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신문의 본질은 종이와 잉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김주환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언론재단, 수용자 조사

언론을 신뢰하는 국민이 5명 중 1명 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재단이 리서치플러스와 공동으로 4월28일∼5월24일 전국(제주 제외)의 18세 이상 65세 미만 남녀 1,200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2004 수용자 의식조사'에서 언론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대체로 신뢰'(19.3%)와 '매우 신뢰'(0.2%)를 합쳐 19.5%에 그쳤다. 이 같은 수치는 2002년 조사 때의 25.3%에 비해 무려 5.8% 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5점 척도로 환산한 언론 신뢰도는 2.86으로, 2002년 2.77보다 다소 높아졌다. 이는 부정적 답변(별로 신뢰하지 않음 30.6%, 전혀 신뢰하지 않음 1.6%)이 32.2%로 2년 전(46.0%)보다 줄고, 보통이 28.8%에서 48.8%로 늘었기 때문. 언론이 공정하다는 응답(대체로 11.9%, 매우 0.1%)도 12.0%로, 2년 전(20.6%)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매체별 신뢰도는 지상파TV 3.29, 라디오 3.27, 중앙일간지 3.18, 케이블TV 3.14, 인터넷 3.13 등. 그러나 동일 사안 보도에서 가장 신뢰하는 매체는 지상파TV(62.2%)에 이어 인터넷(16.3%)이 신문(16.1%)을 앞서 2002년(신문 24.3%, 인터넷 10.8%)과 대조를 보였다.

한국 언론이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는 무책임한 보도 32.8%, 권력과의 유착 28.6%, 언론사 이익을 보호하려는 보도태도 22.3% 등이 꼽혔다.

한편 우리 국민이 TV, 인터넷, 신문 등 매체를 이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09.3분으로 2년 전(361.6분)보다 52.3분이 줄었다. 매체별로는 TV가 155.2분(평일 기준)으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 67.2분, 라디오 43.6분, 신문 34.3분, 잡지 9.0분 순이며, 2년 전과 비교하면 TV는 8.5분, 라디오 43.6분, 신문 3분, 인터넷 9.8분, 잡지 4.0분이 각각 줄어들었다.

신문 열독 정도는 '매일 보았다'는 응답이 38.3%로, 2년 전 41.7%보다 3.4%포인트 떨어진 반면, '종이신문은 보지 않고 인터넷 신문만 봤다'(7.9%), '전혀 보지 않았다'(16.1%)는 응답은 2년 전보다 각각 2.1%, 4%포인트 늘었다. 신문 구독률(가정)도 48.3%로, 1998년 64.5%, 2000년 58.9%, 2002년 53.0%에 이어 하락세가 이어졌다.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이유는 'TV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35.9%) '학교나 직장에서 신문을 볼 수 있다'(29.1%), '시간이 없어서'(11.9%) '신문에 관심이 없어서'(9.7%) 순으로 나타났다.

2년마다 실시하는 이 조사는 가구별 방문에 의한 1대1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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