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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前 美대통령 자서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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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前 美대통령 자서전 출간

입력
200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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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관심을 모아온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나의 인생'이 22일 출간됐다. 클린턴은 이 자서전에서 북한 핵 문제 협상, 자신의 치부인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 등 재임 시절 사건과 성장 과정을 연대순으로 차분히 풀어갔다.

북한 핵 위기= 1994년 3월은 심대한 북한 위기의 시작이었다. 북한은 3월15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 작업을 막았다. 북한은 핵 보유국이 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였고 이를 막기 위해 무언가 해야 했다.

당시 북한 원자로의 핵 연료봉은 핵 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으로 재처리될 수 있었다. 더 큰 핵발전소 건설도 계획 중이었다.

나는 곧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한국에 보내기로 했고 유엔에 대북 경제 제재를 요청했다. 전쟁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핵 무기 개발을 중단시키기로 결심했다. 우리가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똑똑히 알리기 위해 4월 초 3일 연속 예방적 선제 공격을 포함한 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6월1일 전화로 자신이 방북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나섰고, 카터 전 대통령 방북 뒤 김일성 북한 주석은 핵 사찰 재개와 핵 동결, 그리고 회담을 위한 다른 전제조건을 받아들인다는 확인 편지를 보냈다. 같은 해 10월 북한과 제네바 합의로 한반도의 핵 확산 위협을 막았다.

북한이 98년 1, 2개의 핵 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한 것을 알게 됐지만, 94년 당시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막지 않았다면 북한은 한 해에 여러 개의 핵 무기를 만들 플루토늄을 충분히 생산했을 것이다.

정권 말 북한을 직접 방문해 미사일 협정을 매듭짓지 않은 것은 차기 정부가 마무리만 하면 된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중동평화 문제가 다급했던 상황에서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기도 어려웠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가지 말 것을 부탁했다. 퇴임 전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나 미사일 협상을 거의 타결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부시)는 협상을 끝내기 위해 거기 갔어야 했다. 그는 별 응답 없이 주제를 돌렸다.

93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수영장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준 것은 한국의 유명한 호의의 훌륭한 예였다. 나는 당시 오랜 한미동맹과 그것을 유지하려는 단호함에 감사하며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의 용감한 햇볕정책은 한국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남북)화해의 희망을 줬다.

테러 대응= 96년 테러 전략을 만든 뒤 뉴욕의 링컨 터널 폭파 계획을 비롯해 많은 테러 시도를 막는 등 성공을 거뒀다. 대표적인 것이 필리핀에서 (미국)서부 해안으로 향하는 10여 대의 비행기를 폭파 시키려는 계획을 막은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은 처음엔 테러조직의 재정지원자로 보였지만 점차 고도로 조직화한 테러단체를 이끌고 있음을 알게 됐다. 97년 CIA는 오직 빈 라덴과 알 카에다만 전담하는 조직을 대테러 센터 내에 만들었고, 98년 케냐 미 대사관 폭파 사건 이후 빈 라덴 생포·사살에 집중했다.

98년 특수부대를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하는 것을 군 장성들에게 제의했으나 고위장성들은 이를 원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또 99년 파키스탄의 현 지도자인 무샤라프의 쿠데타로 파키스탄 특공대의 아프가니스탄 파견 계획도 취소됐다. 2000년 빈 라덴이 나의 암살을 시도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프가니스탄과 방글라데시 방문을 강행했다.

퇴임 전 부시 대통령에게 빈 라덴과 알 카에다가 가장 큰 안보문제이며 빈 라덴을 잡지 못해 가장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퍼 게이트= 르윈스키 사건이 언론에 폭로된 뒤 7개월 만인 98년 8월 아내 힐러리에게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마치 배를 세게 한 방 맞은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거짓말에 대해 화를 냈다. 딸 첼시에게 사실을 말해야 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힘들었다. 아이들은 언젠가는 부모도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게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을 고백한 뒤 2주일 여간 나는 소파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르윈스키와는 '부적절한 우연한 접촉'이 있었다. 내 행동에 구역질이 났다. 부도덕하고 바보 같은 짓이었다. 너무 부끄러워 드러나지 않길 바랬다. 언론에 폭로됐을 때 나는 2주일만 대중의 비난을 견디면 여론과 언론이 다시 특별검사의 (나를 퇴진시키려는 정치적)전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두에게 사실을 숨겼지만 그것은 악몽 속의 삶이었다.

미국 정치 민주당은 1960년대 말부터 몰락했다.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중산층에게 진보적 후보와 사상 정책들은 용납되지 않는 것이며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중산층의 이반은 20세기 말까지 미국 정치를 왜곡하고 변형시켰다. 만약 마틴 루터 킹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지 않았다면 상황은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공화당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남부의 보수 백인을 확고히 장악했다. 현 부시 행정부는 2002년 중간 선거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사당 남부 연방기 제거에 대한 '백색 반동'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 부시 대통령은 당시 이전 발언을 뒤집고 이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나를 교활하다고 하다니….

기타=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교리가 아니라 국방의 의무에 대한 개인의 도덕적 반대에 근거하는 것이다. 사안의 개별적 판단이 어렵지만 정부는 그 주장이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면 선택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만 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국내초판 5만부 선주문으로 팔려

22일 미국과 동시에 국내 출간된 클린턴 자서전 '마이 라이프(원제 'My Life', 전 2권·사진)는 책이 나오기도 전에 초판 5만부 대부분이 선주문으로 팔려 베스트셀러 진입을 예고했다.

책을 펴낸 물푸레 출판사(대표 우문식)는 "국내 출판계가 불황이기는 하지만 지명도와 홍보 등을 고려할 때 약 50만부 가량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소한 사안까지 시시콜콜 복원함으로써 내용만 늘린 '잡동사니 메모'라는 비판이 많아 생각만큼 반응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3년 6월 출간된 힐러리 회고록은 국내에서 약 30만부가 팔렸다.

국내 쟁쟁한 대형출판사를 제치고 판권을 확보한 '물푸레'는 그 동안 경제경영서적을 주로 냈던 소규모 출판사. 직원이 5명에 불과한 안양의 영세출판사가 대어를 낚을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가 사운을 걸고 밀어붙인 결과이다. 관심을 끄는 판권료(선 인세)에 대해 우문식 대표는 "5만 달러(5,700만원) 이상"이라고만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의 '살아있는 역사'가 1만 달러, 매들리 올브라이트의 책이 3,000달러에 계약한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액수이다.

우리나라와만 유일하게 동시출간 계약을 맺은 미국의 크노프 출판사는 그 내용이 사전에 보도되는 것을 우려, 40일전에 교정지를 택배로 보냈다.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1권(680쪽)에 이어, 8년 동안의 재임기간을 다룬 2권(730쪽)은 내달 7일께 출간된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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