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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국정도 이벤트도 결국 '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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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국정도 이벤트도 결국 '재원'

입력
200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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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에 큰 활자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재원'이다. 이 단어를 보면서 골치 아픈 문제 하나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올 봄 난생처음으로 대학강단에 서면서 생긴 문제다. 맡은 과목은 스포츠이벤트 기획론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과목이었는데 나름대로 학생들에게 전달할 거리는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수락했다. 그런데 학기말에 학생들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는 게 늘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언제까지 성적표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고 보니 부담이 더했다.출석이나 시험평가는 그런대로 어렵지 않은데 리포트에 대한 평가가 문제다. 십 수년동안 프로구단에서 했던 선수평가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다. 이건 순전히 주관적으로 '질'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수평가는 플레이를 점수화하고 점수를 돈으로 환산하는 틀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쉽다면 쉽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성적평가는 다른 문제다. 학기초에 성적평가는 출석 20%, 시험 40%, 리포트 40%의 비중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어떤 이벤트를 어디서 조달한 재원으로 어떻게 멋지게 치를 것인가?'라는 내용을 담은 이벤트기획서를 학기말에 제출하라고 과제를 주었다.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 이 과제물 평가 때문에 골이 아팠는데 요즘 회자하는 '재원'이라는 단어로 힌트를 얻었다. 그 단어가 스포츠이벤트의 재원조달방식을 과제물 평가의 기준으로 삼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과제물 평가를 떠나 스포츠이벤트에서 재원은 시작이자 끝일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세계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출전해 멋지게 잘 치르고도 재원 때문에 실패사례로 꼽히는 스포츠이벤트도 많다. 두고 봐야 되겠지만 개막을 목전에 두고도 경기장건설이 완료되지 않은 아테네 올림픽이 과연 성공적으로 끝날지 불안한 것도 테러만의 문제는 아니다. 재원조달을 쉽게 생각하고 무리하게 추진해 이미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또 20억 달러를 들여 치렀다는 나가노 올림픽도 최고의 시설과 신기술을 도입해 훌륭하게 치렀다는 평은 들었지만 빚이 문제로 남았다. 1976년 올림픽을 치른 후 20년이 지나서도 빚을 못 갚은 몬트리올이나 사상 유래 없이 경기장을 20개나 새로 지었던 한일월드컵 등이 재원이 문제였던 대표적인 이벤트로 꼽히고 있다.

요즘 신문에 큰 활자로 등장한 '재원' 덕분에 내 작은 문제는 해결했지만 신문 속의 진짜 재원은 어떻게 조달될지 걱정이다.

/정희윤·관동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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