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모임인 '새로운 모색'이 발표한 미국 비판 성명은 우려스럽다. 중요 이슈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대미문제라 해서 성명을 못 낼 것은 없다. 하지만 동참 의원들이 386일색인 데다, 성명의 목적도 분명하지 않을 뿐더러 전략적 검토를 거쳤다는 흔적이 없다. 이들은 외교적 파장을 우려한 지도부의 자제요구에도 불구, 성명 발표를 강행했다.성명은 "정확하지 못한 정보 차원을 넘어 왜곡과 조작가능성이 있는 정보에 기초해 한 주권국가를 유엔결의나 동맹국의 충분한 동의없이 침공하는 일은 국제평화질서를 해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미국의 이라크전을 비판했다. 또 한반도 문제와 관련, "북한 핵 관련 정보 및 한반도 군사정보를 한국정부와 긴밀히 공유함으로써 이라크전과 같은 왜곡된 정보에 기초한 결정이 한반도에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과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미 간에는 북한 핵 문제 해법마련과 주한미군 감축 및 용산미군기지 이전, 이라크 추가파병 등 중요하고 민감한 현안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근본적으로는 50년 이상 계속돼 온 한미동맹이 질적 변환기에 처해 있고, 양국정부는 현안을 논의하는 협상테이블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을 보는 시각과 국가이익의 무게를 어디에 두느냐 등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처해 있는 입장과 세대, 그리고 가치관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사안이 이러함에도 30여명의 소장의원들이 집단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정활동 및 당론 수렴과정에서 견해를 밝히는 것과 집단으로 성명을 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소장의원들의 튀는 행보가 외교문제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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