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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슬로바키아 사업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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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슬로바키아 사업장 르포

입력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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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갈란타로 가는 길은 드넓은 밀밭이 펼쳐진 전형적인 전원 풍경 그 자체였다. 변변한 공장 하나 없었던 갈란타는 실업률이 17%에 육박하던 슬로바키아에서도 최악의 실업률로 악명이 높은 지역이었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 준공식에서 미쿨라스 쥬린다 총리가 "희망이 없는 곳에 (삼성의 진출로) 희망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기원할 정도였다.

하지만 15일(한국시간) 방문한 삼성전자 갈란타 사업장은 활기로 넘쳤다. 슬로바키아 현지 채용인들이 LCD 모니터와 레이저 프린터 등 첨단 제품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생산라인에서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슬로바키아 생산법인 이종찬 상무는 "2002년 진출 첫해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무려 5배 이상 늘어난 1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활짝 웃었다. 11억 달러의 매출 규모는 슬로바키아 전체 기업에서 5, 6위 수준.

예상외의 성공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총 2,700만 달러를 투자해 PDP TV 등을 생산하는 제2사업장을 설립, 이 달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이 곳을 유럽 전체와 북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을 아우르는 생산 및 물류기지로 키울 방침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갈란타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협력업체 4곳도 들어와 있다. 현지 주민 조제프 타마시(36)씨는 "무려 2,000명의 젊은이가 일자리를 얻었고, 갈수록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제 이곳은 희망의 땅"이라고 자랑했다.

갈란타가 희망의 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슬로바키아 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이 326유로로 유럽연합(EU)의 2,335유로에 비해 저임금이라는 점과 올 5월부터 EU에 가입했다는 지정학적 환경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이 상무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가장 큰 비결"이라고 말했다. 오랜 사회주의 농업국가로 독립 후에도 5년간 폐쇄정책을 폈던 슬로바키아 정부는 쥬린다 총리가 집권한 1998년부터 외자유치 정책으로 돌아섰고 삼성이 동구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총리가 직접 뛰었다는 후문.

또 삼성이 진출을 결정하자 4만2,000여평에 이르는 부지와 건물을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에 불과한 60만 달러(약 7억원)에 제공했고 연 8,000만 달러의 이익이 날 때까지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약속했다. 쥬린다 총리는 삼성이 진출한 이후에도 두 차례나 사업장에 와 애로 사항이 없는지를 직접 챙겼다.

폐쇄정책으로 '잃어버린 5년'을 만회하려는 활발한 투자 유치로 슬로바키아에는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 소니, 지멘스, 푸조 등이 들어왔고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도 지난해말 기준으로 6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상무는 "갈란타를 희망의 땅으로 만든 원동력은 경제를 일으키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말했다.

/갈란타(슬로바키아)=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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