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국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새로운 모색)이 21일 발표한 대미 비판 성명은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을 지적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한 한국에서도 부시 미 행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공연히 미국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 외에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당 안팎의 비판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이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강력 비난한 것은 물론 우리당 내부에서 대미 평지풍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모색'은 성명에서 '이라크 전쟁은 침공전쟁'이라고 명시했다. 미국이 잘못된 정보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으므로 침공전쟁이라는 것이다. "왜곡과 조작의 가능성까지 있는 정보에 기초해 주권국가를 침공했고, 또 이를 합리화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라크 전쟁은 명백히 잘못된 전쟁이라는 결론이다.
이들은 또 우리당이 이라크 추가파병 지지당론을 정한 상황에서 파병군의 성격을 평화·재건부대로 명확히 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라크 점령 다국적군을 유엔 주도의 평화유지군으로 전환 할 것"을 촉구한 게 그것이다. 한국군이 점령군 성격을 띠는 미군과 다르다는 점을 외부에 알리겠다는 취지다. 성명서 영문 본을 만들어 미 의회와 알 자지라 방송 등 아랍권 언론, 외신 등에 전달한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비상식적" "몇 사람의 튀는 무책임한 행동" 이라고 비난했다. "도대체 이라크 전과 미국에 대한 여당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책도 나왔다. 여당에서도 지도부를 중심으로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때문인지 '새로운 모색'은 당초 '부시 대통령의 사과 촉구'를 명시하려다가 '해명과 재발방지 촉구'로 수위를 낮췄고, 이라크에서 납치된 김선일씨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별도 성명을 급히 발표하기도 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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