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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金비법전수]<7>태권도 김세혁 감독-유망주 문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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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金비법전수]<7>태권도 김세혁 감독-유망주 문대성

입력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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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로 질러!" 김세혁(54)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문대성(28·80㎏이상급)의 오른발이 김 감독이 쥔 미트를 거침없이 강타한다. "상대는 널 속속들이 알고 있단 말야. 오른발차기 하나쯤은 변칙기술로 갖고 있어야 해." 과묵한 문대성은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다시 미트를 향해 오른발을 날린다. 강원 태백 함백산 해발 1,350고지의 태릉선수촌 태백분촌은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안개에 파묻혀 있다.

그러나 쩌렁쩌렁한 기합 소리만은 에누리없이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다. 태권도 올림픽대표팀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찾은 산인 만큼 선수도 감독도 독이 오를 대로 올랐다.

태권도 대표팀이 첩첩산중까지 찾아와 매일 7.5㎞나 되는 산악구보(해발 1,570고지)를 50분만에 주파하고 전문기술, 개인특기보강 훈련 등 가히 '지옥훈련'이라고 불릴만한 빡빡한 일정을 이 악물고 소화하는 덴 이유가 있다. 경쟁국들의 실력과 높이는 나날이 늘고 올라 한국 태권도를 압박하는데 "종주국인데 당근 금메달이지, 뭔 걱정이여" 하는 세간의 태평한 기대가 더 무섭고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비운의 태권브이' 문대성의 각오는 남다르다. 4년 전 시드니 문턱까지 갔던 문대성에겐 그만한 사연이 있다. 당시 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한 문대성은 1위 김제경이 "후배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포기했기에 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대한태권도협회가 요구한 3위 김경훈과의 재대결에서 지는 바람에 올림픽 꿈은 좌절됐다.

문대성은 김경훈이 시드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자 남몰래 울어야 했다. 설상가상 2001세계선수권에선 승부 번복으로 또 울분을 삭여야 했다. '운동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할 만큼 그에겐 시련의 나날이었다.

그를 붙잡은 건 소속팀(삼성에스원) 감독이던 김세혁 현 국가대표 감독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메달만 따면 군 면제지만 김 감독은 일부러 그를 국군체육부대에 입대시켜 마음을 다잡게 했다. 와신상담(臥薪嘗膽)하던 문대성은 보란 듯이 재기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에서 세계 강호를 잇따라 왼발로 제압하고 아테네행 티켓을 따오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또 사실상 올림픽 결승전이라 불리는 80㎏이상급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쟁쟁한 라이벌을 차례로 누르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한국 타도'를 외치는 노르웨이 프랑스 등 키가 2m 이상 되는 '장신군단'의 도전이 만만치 않기 때문. 오랜 시련을 딛고 재기한 제자에게 금메달을 안겨주겠다는 김 감독은 문대성의 몸에 '비장의 무기'를 장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비장의 무기는 바로 오른발차기. "(문)대성인 왼발몸통돌려차기, 왼발뒤차기 등 왼발의 달인입니다. 스피드도 좋고 얼굴 공격력도 좋지요. 근데 오른발이 약해요." 그래서 문대성은 오른발을 뒤에 놓고 상대가 움직일 때 과감하게 지르는 오른발차기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장신군단에 대비하기 위해 김 감독은 "공격을 하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바로 붙는 클린치(Clinch) 전법"을 주문하고 있다. 또 몸통 공격(1점)보다 기선을 제압하고 점수가 높은 얼굴 공격(2점)을 강조한다.

32년 지도자 생활을 하며 수많은 국가대표를 양성했지만 올림픽과 연이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던 김 감독의 각오도 매섭다. "꼭 금메달을 따자. 너도 나도 기필코 한풀이를 해야지!"

김 감독을 매트 밖으로 밀어붙이는 문대성의 오른발이 더욱 거세진다.

/태백=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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