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위원회는 대법관 인사 파동을 계기로 사법부와 행정부가 공동으로 사법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설치한 심의기구다. 올 연말까지를 활동기한으로 해 각계 인사 21명이 참여한 사개위는 1, 2분과로 나뉘어 대법원장이 제시한 5개 안건과 자체 안건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안건에서 검찰, 경찰개혁, 특별검사제 상설화 등은 제외돼 있다.사개위는 그동안 주요 안건에 대해 15차례 회의와 2차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했으며, 7월부터 최종 의견 정리작업을 벌여 11월에는 건의문 작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개위건의문은 대법원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돼 입법화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그러나 사개위결정은 건의문에 불과해 정부가 수용한다 해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이 쉽지 않아 실제 시행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개위의 사법개혁안 논의 내용을 핵심 과제별로 알아본다.
대법원의 다양성 확보
대법관의 과도한 업무를 줄이고,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자는게 주된 논의 내용이다. 사법부는 고법에 상고부를 설치해 사안이 경미한 사건을 처리하자는 안을,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관을 현재 14명에서 20명으로 증원하는 안을 제시했다. 사개위는 또 대법관 제청절차 개선 건의안을 대법원장에게 제출, 개혁적인 인사가 대법관에 추천될 길을 열어 놓았다.
법조일원화
법조 경력자 가운데서 법관을 임명해 경험있는 판사로 하여금 설득력 있는 재판을 하자는 취지다. 사법연수원 수료자를 바로 법관에 임명하는 현 제도가 사법불신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른 대안이다. 법조일원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법조경력자 확보, 이들의 전문성과 청렴성에 대한 평가방식 등이 마련돼야 한다. 사개위는 2006년부터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 검사 중에서 법관을 단계적으로 임용해 2012년께는 신규 임용 법관의 50%를 이들 중에서 선발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로스쿨 도입
로스쿨은 도입 쪽으로 가닥이 잡혀 7월말 최종 결론이 날 예정이다. 유력한 로스쿨 안은 대학에 학부와 분리된 3년제 전문대학원을 설치, 기존의 사법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바꾸자는 것. 비록 사회적 비용은 높지만, 다양한 전공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고, 대학교육을 피폐화시키고 있는 현행 사시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개위는 서울의 주요 대학과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로스쿨을 설치하고, 학교별 정원을 150∼200명으로 제한하자는데 의견 접근을 보고 있다.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빨라야 2006년 시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의 사법참여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유무죄(사실문제)를 판단하고 판사는 형량만 정하는 배심제와, 시민 법관이 직업 법관과 함께 유무죄와 형량을 동시에 판단하는 참심제가 거론된다. 두 제도는 설득력 있는 재판이 가능하지만 여론 재판과 고비용, 재판 장기화 등의 단점이 있다. 사개위는 참심제보다 배심제로 기울고 있으나, 지연·학연·혈연 중심인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많다. 8월말 두 제도의 절차에 따른 모의재판을 열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경죄처리 간소화, 형벌 합리화
한해 200만건이 넘는 형사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경죄 법원에 검사를 배치, 1년 이하의 자유형에 해당하는 사건을 처리하는 경죄 처리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경제적 능력에 따라 벌금을 상향 조정하는 '일수벌금제', 합의시 징역 2년6월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게 불가능한 강간치상사건 처럼 불합리한 형벌체계를 개선한 '일부 집행유예' 제도도 검토대상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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