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한국의 국기로 한국의 간판이며 국가 이미지, 경제, 외교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김치와 태권도는 모두 한국의 문화상품이다. 김치를 보면 태권도가 보인다.우리 것인 줄만 알았던 김치의 수입량이 어느덧 수출량을 앞질렀다. 올 1∼4월 김치 수입량은 1만4,757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4배나 증가했다. 수출량보다 23.3% 많다.
태권도 역시 유사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국의 기량이 평준화 추세를 보이면서 세계 태권도계에서 절대 강국으로 군림했던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태권도가 처음으로 공식종목으로 채택된 2002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은 남자 1, 여자 2로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판정 시비가 일면서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특히 중국, 이란, 유럽 등의 놀랄 만한 신장세를 볼 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더 나은 수확을 거두기 위해서는 두세 배의 땀을 흘려야 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해외에 진출했던 한국인 태권도 사범들에 대한 외국의 수요가 대만, 이란 사범 등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국내에서 외국인 사범이 활동하는 경우는 없으나 김치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1887년 영국에서 수백 명이 참관하는 잔디코트 대회로 시작됐다. 지금은 참관자 50만, 그리고 수백만이 매체를 통해 보고 듣는 영국의 스포츠 문화상품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이 대회 우승자 명단을 보면 처음 30년간은 영국인의 독무대였지만 1910년 전후부터 근년에는 우승자 명단에서 영국인의 이름을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영국인들의 윔블던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윔블던의 세계화' 전략을 추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경기시설, 심판제도, 기술, 마케팅, 심지어는 볼보이 제도와 같은 미세한 분야까지 완벽한 시스템을 연구, 도입했으며 이러한 노력은 대회 흑자를 2000년대에 3,000만 파운드로 확대시켰다. 윔블던 대회를 통한 관광 수입, 국가 이미지 제고 등 부수효과를 감안하면 그 이익은 더욱 엄청나다고 할 것이다.
태권도는 윔블던과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한국에 뿌리를 둔 스포츠이다. 170여 개국이 세계태권도연맹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5,000만이 넘는 정규 수련생을 확보하고 있다. 빠른 세계화 속에서 태권도를 영원히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 태권도와 태권도인들이 세계적으로 존경받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한국화를 통한 태권도의 세계화' 즉 'Made in Korea but global ownership'을 추구하는 전향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임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체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강대원 아시아태권도연맹 부회장/예원기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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