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료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한 사람은 누굴까. 지난 18일 경기 분당의 KT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조용성(37·사진)씨를 위한 조촐한 기념 행사가 열렸다.조씨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 서비스인 코넷에서 일련번호 '0001'번으로, 1994년 6월 20일 가입해 만 10년, 총 120개월 동안 KT의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정보기술(IT) 벤처회사를 운영하는 조씨는 인터넷을 시작한 동기를 10여년전 대우건설 근무시절 외국 출장에서 받았던 명함 한 장에서 찾았다. 그는 "당시 해외건설 협력사였던 미국 벡텔사 직원이 명함을 건네주며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이메일 주소를 적어줬는데 정말 신기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귀국 후 국제 비즈니스에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인터넷을 개통했다. 결국 명함 한 장 덕에 한국 인터넷 역사의 산 증인이 된 셈이다.
그는 '@kornet.co.kr'로 끝나는 이메일 주소를 명함에 박아 넣었고, 명함을 전하는 사람마다 인터넷에 대한 호기심도 전파하는 '인터넷 전도사' 역할을 했다.
처음 인터넷을 맛본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화려한 그래픽과 멀티미디어는 없었고 기껏해야 '텔넷'(telnet)이나 '고퍼'(gopher) 같은 문자 서비스가 전부였지만, 요즘 청소년들 처럼 날을 새가며 인터넷을 했다. 주로 이용했던 서비스는 이메일 외에 사설 전자게시판(BBS)이나 인터넷 뉴스그룹(News Group).
케텔(Ketel)을 시작으로 90년대 PC통신 문화를 이끌었던 하이텔, 천리안 등도 인기였다. 그는 "속도가 지금의 100분의 1도 안되는 9.6Kbps가 고작이었고, 넷스케이프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나오기 전이라 모자익(Mosaic)이라는 웹브라우저를 사용했지만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첫달 요금은 7,000∼1만2,000원이었다. 지금은 ADSL과 무선인터넷 두 가지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면 한달에 5만∼6만원 정도를 요금으로 내고 있다. 그는 "개인 돈으로 부담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인터넷은 그 이상의 활용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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