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에서 외국 민간인들을 겨냥한 납치 사건이 빈발하기 시작한 것은 올 4월 초부터다. 3월 말 수니파 및 시아파 저항세력들이 잇따라 미군과 충돌하면서 이라크 전역으로 혼란이 확산되던 때였다. 4월 초 미국인 기자, 한국인 인권운동가·목사, 일본인, 영국인 등 주로 연합군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의 민간인들이 표적이 됐다. 상당수는 미군 점령에 저항하는 과격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추종세력이 범행을 저질렀으나 큰 불상사는 없었다.
4월9일 저항세력에게 납치된 이탈리아인 4명 중에서 첫 희생자가 나왔다. 이탈리아군의 철수를 주장한 납치범들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인질 1명을 살해한 것이다. 이들은 살해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 보냈다. 나머지 이탈리아인 3명은 2달여 간의 억류 끝에 이달 8일 연합군에 의해 구출됐다.
가장 끔찍한 결말로 끝난 외국인 납치 사건은 지난달 초 발생한 미국인 엔지니어 니컬러스 버그의 공개 참수였다. 김선일씨를 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이름의 무장조직은 당시 버그를 꿇어앉힌 뒤 그의 목을 칼로 내리쳐 참수하는 끔찍한 장면을 5월11일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그 잔혹성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버그의 시신은 앞서 8일 바그다드의 고속도로 상에서 발견됐다. 당시 납치범들은 "미국에 이 인질을 아부 그라이브 수감자들과 교환하자고 제안했으나 거절 당했다"며 말했다.
가장 최근으로는 저항세력에 납치됐던 레바논 건설 근로자 1명이 이라크인 2명과 함께 지난 11일 팔루자 근처 도로상에서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된 적이 있다. 또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18일 민간 용역업체 직원인 미국인 폴 마셜 존슨이 납치된 지 3일 만에 역시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돼 악몽이 재현됐다.
최근 들어서는 파병국 민간인뿐 아니라 연합군에 협조하는 아랍인 등으로까지 납치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달 2일에는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로 미군 군수품을 수송하던 이집트인 및 터키인 운전자 2명이 무장괴한에 피랍됐다. 스페인이나 러시아인이 표적이 되기도 한다.
현재까지도 이라크 내에는 무장세력에 납치됐거나 실종 상태인 외국인이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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