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한국인 피랍사건으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업계는 정부가 이라크 파병원칙을 고수할 경우 장기적으로 중동수출에 심각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KOTRA는 21일 중동전지역에 나가 있는 무역관과 지사를 통해 중동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게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하고 비상연락망 확보에 주력했다. 종합상사들도 발 빠른 대응에 들어가 현대종합상사는 이날 전명헌 사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해외 전지사에 공문을 보내 이라크 출장자제, 밤 늦은 외출 삼가, 현지인 자극 언행금지, 비상연락채널 확보 등을 지시했다. LG상사도 현지 사정에 맞게 우선 행동한 뒤 보고하는 '선실행 후보고'를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이라크에 현대건설의 현지 상주직원 1명 외에는 국내 파견인력이 없는 상황. 대신 건설 업체는 주변국인 이란과 쿠웨이트 등에 있는 공사현장의 안전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했다. 내달 이라크 재건공사 준비작업에 들어갈 예정인 현대건설측은 "이번 사건으로 이라크 재건공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공사를 하더라도 현지인을 주로 고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동진출을 적극 강화한 전자와 자동차업계도 직원들의 이라크 출장을 자제시키는 등 안전대책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바그다드 대리점이 피습돼 현지인 직원 7명이 살해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삼성간판이 일부 훼손됐을 뿐 다른 피해는 없었다"고 즉각 해명하는 등 기민하게 대처했다.
무역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중동수출의 증가세가 꺾일 것을 우려했다. 지난해 중동수출은 85억9,00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14.6% 증가했고, 올해 5월말 현재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29.2%가 증가했다. 특히 대 이라크 수출은 자동차 관련 부품과 건설·광산기계 등 6,550만 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2,240%나 증가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동 수출비중은 4.2%로 당장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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