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질풍노도 라이벌'은 짝짓기 프로그램이 아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는 스무 명에 가까운 연예인이 한꺼번에 출연한다. 그들은 각종 개인기를 보여주고 다양한 게임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짝짓기 프로그램이 아니다. 왜냐고? 게임의 룰이 달라졌다나?확실히 '질풍노도 라이벌'은 기존 프로그램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연예인들이 1:1 대결을 하지만, 그 다음에는 이긴 사람 밑으로 '동생들'이 붙어 2:2, 4:4의 형식으로 계속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래서 결국 15명이 1명의 '큰형님' 밑으로 들어가는 식이니 기껏해야 팀을 나눠 대결하는 것이 전부였던 기존의 짝짓기 프로그램과는 차별된다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짝짓기 프로그램이 '명랑운동회'였다면 '질풍노도 라이벌'은 '서바이벌게임'인 셈이다.
물론 여전히 비슷한 연예인 게스트에, 비슷한 게임이 등장한다고 해도 룰이 바뀌면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질풍노도 라이벌'은 기존 짝짓기 프로그램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심화시킨다.
지금까지 한국의 짝짓기 프로그램이 '거기서 거기'였던 이유는 단지 출연자들이 게임을 하고 개인기를 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연예인들의 사적인 관계를 공적인 프로그램안에 끌어들이고 더욱 강화시켰다는데 있었다.
이미 '알고 지내는' 연예인들끼리 자기끼리 게임을 하고,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시청자들은 그저 그들의 세계를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짝짓기 프로그램의 기본이나 다름없었다. '질풍노도 라이벌'은 연예인들의 그런 지극히 사적인 관계를 이전 프로그램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노출시키고, 연예인들이 그것을 더욱 내세우길 부추긴다.
이지훈과 MC몽은 등장부터 자신들이 '학교 동창'이었다는 것을 내세워 라이벌 관계를 형성, 방송상에서 거리낌없이 자신들끼리 있었던 일을 말하거나 반말을 주고받고, 개그맨 김영철과 가수 우정태는 '개그맨 대표'이니 '가수 대표'이니 하면서 연예인들의 선후배 관계를 강조한다. 그리고 라이벌 시합에서 이긴 자는 실제 나이와 연예계 경력에 상관없이 '형님'이 되어 '동생'을 부려먹으니, 동생이 된 연예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형님을 모시면서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한다. 심지어 큰형님이 됐을 때 주는 혜택도 '동생들'을 2주간 진짜 동생으로 대해도 된다는 식이다.
연예인들의 사적인 관계가 TV 오락프로그램 안과 밖에서 계속 연결되고, 그것이 다시 TV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연히 노출된다. 시청자들은 그것을 모두 봐야 할 뿐만 아니라, 덤으로 '형님' 연예인이 '동생' 연예인에게 마구 반말을 하며 그 분위기 속에서 몇몇 연예인들이 비속어를 툭툭 내뱉는걸 보는 불쾌함도 감당해야 한다.
게임룰은 바뀌었지만, 바뀐 게임룰에 따라 바뀌어야 할 재미의 포인트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짝짓기이건 서바이벌 게임이건, 결국 게임자체의 진지함이나 재미는 대부분 결여된 채 가벼운 농담 따먹기만이 계속되며, 공과사가 애매한 연예인들의 놀이를 볼 때 생기는 불쾌함은 더욱 커졌다.
정말 변화하고자 했다면 근본적인 것부터 바꿨어야 하지 않았을까. '질풍노도 라이벌'을 보면 꼭 예전하고 똑같은 내용물의 샐러드를 내놓고서 드레싱이 바뀌었으니 새로운 샐러드라고 우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강명석/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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