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우리 아들을 구해주세요."이라크 저항단체에 납치된 김선일(34)씨의 아버지 김종규(69)씨와 어머니 신영자(59)씨는 21일 아침 청천벽력 같은 아들의 피랍소식을 듣고 넋을 잃었다.
어머니 신씨는 "안전한 통역관으로 간다는 말만 믿고 이라크로 보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정부는 파병을 중단해서라도 아들을 살려달라" 고 절규했다. 아버지 방송 나올 때마다 절규
아버지 김씨도 "4월말 마지막으로 전화통화를 할 때만 해도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고 7월에 들어와 칠순잔치를 벌여 주겠다고 했다"면서 "일본인 피랍 때 일본 정부가 적극 나서 무사히 풀려난 것처럼 우리 정부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아들을 구해 달라"며 눈물을 떨궜다.
김씨 부부는 이틀 전 충남 천안의 딸 집을 찾았다가 이날 아침 호텔에 머물던 중 TV방송을 통해 비보를 처음 접했다.
이들 부부는 "이라크에서 연락이 올지 모른다"며 이날 낮 서둘러 고속철도 편으로 부산으로 내려 왔다. 김씨 부부는 부산집에서도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아들 관련소식이 나올 때마다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특히 선일씨가 영어로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방 바닥을 치며 통곡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어머니 신씨는 "미국인 참수 장면을 봤지만 정말 내 일 같지 않았는 데 막상 이렇게 닥치니 눈앞이 캄캄하다"며 아들이 안전하게 풀려나기를 기도했다.
여동생 정숙(32)씨는 "원래 아버지 칠순도 9월인데 오빠 귀국일정에 맞춰 2개월 앞당기기로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착하고 온순한 청년이었는데, 제발…'
가족들은 정부의 늑장 대처에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아버지 김씨는 "지난 17일 아들이 구금된 것을 가나무역 사장이 알고 있었는데도 정부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 대처도 늦어졌다"며 "대통령이 적극 나서 아들을 구출해 내 품으로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본가가 있는 부산 동구 범일6동 '안창마을' 주민들도 침통한 분위기 속에 가족들을 위로하며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신숙자(54)씨는 "선일이가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똑똑해 어려운 살림에도 스스로 공부하며 잘 컸다"며 "아버지 김씨는 '아들이 이라크에서 돈도 잘 벌고 잘 풀렸다'며 자랑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 마을 박순식(59) 통장은 "신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정말 착하고 온순한 청년이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씨의 본가는 채 10평도 되지 않는 단층짜리 슬레이트 집으로 방 2칸에 거실로 이뤄져 있었으며, 집안 여기저기에 김씨의 군대시절 사진과 교회에서 받은 침례증서 등이 빛 바랜 채 남아 있었다.
한편 '파병반대 부산시민 평화행동' 회원 등 부산시민 300여명과 김씨 가족들은 이날 저녁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백화점 앞에서 촛불집회를 갖고 김씨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