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일하던 미군 군납업체 직원 김선일씨가 현지의 반미 무장단체에 납치돼 참수 위협을 받고 있다.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보도한 녹화테이프에서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하는 김씨의 공포는 차마 눈 뜨고 보기가 어렵다. 이 납치행위는 그 목적을 불문하고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명백한 테러이다. 김씨는 즉각 석방돼야 한다. 또한 정부는 그의 목숨을 구하는 데 모든 외교력과 정보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그를 납치한 단체는 지난 달 미국인을 참수했던 지하단체와 같은 계열에 속한다고 보도된다. 그 동안 이라크에서 한국인에 대해 있었던 몇 차례의 공격행위와는 크게 다른 심각한 사태이다. 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하면서 자칫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처럼 직접적이고 빠르게 현실화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을 한국의 추가파병 결정과 무관하게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테러세력의 요구대로 파병을 취소하거나 철군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파병은 엄청난 고민과 진통 끝에 결정된 주권국가의 행위다. 정부는 한국군의 파병이 이라크 재건과 평화에 대한 기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현지에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테러의 직접 위협에 노출되는 것 역시 현실이다. 정부가 현지교민의 위험에 대해 사전 대비를 얼마나 기울였는지 묻게 된다. 지난 4월에도 한인 목사들이 피랍됐다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번엔 사건 발생 나흘이 지나서야 현지 방송을 보고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고 한다. 그 동안 김씨가 속한 업체의 사장이 개인적으로 석방교섭을 벌였다는데, 당국은 이 사실도 몰랐다는 말인가. 이라크 현지뿐 아니라 중동 교민이 위험에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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