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가 거역하기 힘든 시대의 조류가 됐다. 서울시가 수도 서울을 국제 비즈니스의 허브(중심축) 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고 정부는 동북아 경제 중심 추진위원회를 별도 기구로 신설했다. 국제화는 우리에게 유연한 사고를 갖게 하고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게 해 사회 전반에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그런데 우리는 거창한 분야의 국제화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 뿐 실제 필요하다고 느끼는 '생활'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Pride of ASIA(아시아의 자존심)'가 월드컵 한국 대 스페인 전에서 내건 붉은 악마의 표어였다는 것은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이 표현의 내용은 별도로 하고, 표기가 매우 어색했다는 것을 인식한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이 표기는 'ASIA'가 모두 대문자로 적혀 무슨 단체의 약어처럼 보인다. 맞는 표기는 'Pride of Asia' 또는 차라리 전체를 대문자로 써서 'PRIDE OF ASIA'로 되어야 한다.
도로 표지판이나 관공서의 안내판, 그리고 일반 문서에서도 흔히 영문 표기의 어색함과 비통일성 등이 목격된다. 학생들의 리포트나 학위 논문을 심사하다 보면 제일 많이 거슬리는 것이 영문 표기와 특수문자 표기의 오류이다.
이러한 오류는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영어 전문가라면 우리 주변에서 더 많은 오류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성명; 홍길동' 'U.S.A' '홀인원 C.C'는 흔히 발견되는 표기다. 언뜻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실은 '성명: 홍길동', 'USA' 또는 'U.S.A.', '홀인원 CC' 또는 '홀인원 C.C.'가 되어야 맞다.
이 같은 오류는 외국인을 만나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 시절의 산물이다. 그렇지만 이제 외국인을 만나는 기회도 많아졌고 해외여행도 일상적이 됐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많아졌는데 아직까지 이런 오류가 고쳐지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제화를 큰 의미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생활 속의 작은 부분부터 고쳐가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다. 국어 시간에 국문 표기에 대해 배우듯이 영어 시간에 영문 표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 눈에 띄는 작은 것부터 고쳐갔으면 한다.
/이복주 단국대 전기전자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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