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원작이면 일본영화도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밝은 미래’ ‘고하토’ ‘신설국’ ‘연애사진’ 등 올해 줄줄이 개봉된 일본영화가 흥행에 참패한 가운데,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영화 2편이 25일 한국 관객을 찾는다.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800만부 이상 팔려나간 고야마 유의 인기만화 ‘아즈미’가 원작. 98년 일본 쇼가쿠칸 만화상을 수상한 원작만화는 목이 잘려나가는 장면 등이 상당히 잔인해서 아직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음양사2’는 지난해 국내 개봉한 전편의 흥행참패를 만회할지 여부가 관심거리. 오카노 레이코의 만화 ‘음양사(陰陽師)’는 치밀하게 재현된 일본 풍속, 묘한 중성적 분위기의 남자 주술사의 모습 등 “매 컷이 한 폭의 회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국내에도 단행본으로 13권까지 출간됐다.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특기 : 미모·섹시·담력… 내용 : 檢하나로 난세구한다!
원작만화는 긴 생머리에 짧은 치마, 긴 칼을 허리에 찬 소녀 아즈미가 나무에 걸터앉아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숙소 앞마당에 모인 10명의 소년ㆍ소녀 검객, 그리고 “둘씩 짝을 이룬 다음, 짝꿍을 칼로 벤 후 하산하라”는 끔찍한 스승의 명령…. 영화도 비슷하다. 에도 막부가 시작된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전란에 휩싸인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잔혹한 검을 든 소녀검객 아즈미(우에토 아야)의 활약상이 만화와 영화의 모든 것이다.
칼부림의 영화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검의 미학을 다룬 영화라고 해야 할까. 열여섯 살소녀 아즈미의 긴 칼은 쉴 새 없이 사람들을 벤다. 여지없는 핏빛 잔혹 칼부림 액션. 그러면서 올해 36세의 젊은 감독 기타무라 류헤이는 풍부한 상상력으로 검의 미학을 카메라에 담았다. 칼의 나감과 멈춤은 있으나 그 중간은 사라져버린 황홀한 스톱 모션, 피의 대결을 앞두고 푸른 들판을 향해 점점이 내려오는 하얀 눈.
그럼에도 영화는 때로는 우습고, 때로는 황당하다. 성인남자 검객 200여명과 포탄 앞에서도 꿈쩍 안 하는 아즈미의 그 놀라운 담력! 그런데 그 소녀검객은 왜 항상 미니스커트를 입고 아슬아슬하게 허벅지를 드러내야 하는지. ‘소녀검객…’은 영화를 가장한 한 편의 3D 컴퓨터게임으로 보는 게 속 편하다. 미모의 여주인공을 선택해 칼을 쥐어준 뒤, 점점 강해지는 적과 칼 싸움을 벌이는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화려한 대전(對戰)게임. 그 가상의 공간에서는 그나마 이 같은 잔혹한 칼부림이 용서될 수 있으니까. 18세 관람가.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음양사2
특기 : 죽은 넋 살리기·주술 내용 : 권력다툼 내게 맡겨!
이 무당에겐 묘한 성적 매력이 있다. 영화판 ‘음양사’ 속편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여성보다 더 여성적인 신묘한 남성 음양사 세이메이(노무라 만사이)의 매력이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편에서 둔갑술과 자기복제술을 보여줬던 그는 이번엔 죽은 넋을 살려 말을 하게 하는 등 더욱 더 놀라운 능력을 과시한다.
전편에 비해 관능적인 코드가 더 강하다. 세이메이가 여자 환자를 치료하는 장면이나 춤을 추며 접신하는 대목, 그리고 귀신들린 남자가 흡혈귀처럼 여자의 목을 공격하는 장면에 은근히 녹아있다. 이야기도 한결 복잡해졌다.
사람과 귀신이 이야기를 나누고, 부적 하나로 사람이 죽다가 살기도 하는 일본 헤이안(平安) 시대(794~1192). 예언과 주술의 능력으로 의사와 정치인 노릇까지 하는 음양사들이 정권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인다. 사람을 해치고 다니는 귀신이 출몰하는 흉흉한 사건이 일어난다.
몽유병에 걸려 자기도 모르게 밤 거리를 헤매는 여장부 히미코(후카다 교코)가 사건의 단서. 전편에서 탐욕스러운 음양사의 왕권 찬탈을 저지했던 세이메이는 이번엔 나라를 잃은 울분에 찬 마술사 겐카쿠(나카이 키이치)의 어리석은 권력욕을 일깨운다.
일본적인 정령신앙과 일본 음악이 스크린을 메우고 있어 왜색이 강하지만 이야기의 큰 틀은 탐정소설을 닮았다. 음악의 명인이자 세이메이의 친구인 히로마사(이토 히데아키)가 사건을 설명하거나 의뢰하면 세이메이가 문제를 해결한다. 마법 같은 주술로 모든 정치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영화 같은’ 판타지다.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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