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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적' 폐암·전립선암…조기검진으로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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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적' 폐암·전립선암…조기검진으로 잡자

입력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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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담배를 피워 온 ‘체인 스모커’ K(48ㆍ회사원)씨는 최근 기침과 가래가 끓이지 않았다. 은근히 걱정됐지만 왠지 병원 가기가 무서워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가족의 강요에 못이겨 병원을 찾아 저선량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했다.검사 결과 불행 중 다행으로 초기(1기) 폐암 단계여서 암세포 제거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의사는 “1기 폐암이어서 수술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좋아하는 담배는 당장 끊고 1년에 2차례씩 검진을 받으라”고 말했다. K씨는 암을 조기 검진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 땀이 흐른다.

중년을 넘어서면 수시로 “혹시 내가 암에 걸리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사실 해마다 암으로 진단받는 환자는 11만명이나 되고 6만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대부분 암 진단을 받으면 이를 ‘사형선고’로 여긴다.

물론 암도 무섭지만 이에 대응하는 현대의학도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조기에 발견만 하면 암 환자도 87.8%가 5년 이상 생존하고 완치도 가능하다. 심지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폐암 환자도 조기에 치료하면 63%가 완치된다.

대한암학회(이사장 박찬일 서울대병원 치료방사선과 교수)는 최근 일반 국민의 암 조기 검진율을 높여 암 사망률을 낮추고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7대 암 조기 검진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이미 위ㆍ간ㆍ대장ㆍ유방ㆍ자궁경부암 등 한국인에게 발병률이 높은 5대 암에 대해서는 2001년 관련 암학회 전문가들이 조기 검진 가이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암 사망률 1위인 폐암과 남성암 가운데 발생률 1위인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정부의 공식 지침이 없어 환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는데, 이를 보다 못한 대한암학회가 직접 나선 것이다.

폐암 조기 검진에 저선량 CT 유효

폐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다. 기침, 객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만 나타나므로 실제로 혼자들이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방문할 때는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초기 폐암은 70% 정도 외과적 절제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그 동안 폐암은 조기 검진이 어렵다고 알려져 정기 검진에 소홀한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대한암학회는 이번에 흡연 경력이 20년 이상이거나 폐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45세 이후부터 폐암 조기 검진을 위해 매년 가슴 X선 촬영과 저선량 CT를 할 것을 지침으로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암은 지름 1㎝, 무게 1g 이상이 돼야 발견할 수 있다. 이미 암세포의 수가 10억개를 넘어서고 암세포가 증식한 지 5~20년이 지난 다음이다. 그러나 1998년부터 국내에 도입된 저선량 CT는 방사선량을 일반 CT의 4분의 1에서 6분의 1로 줄여 더 정밀한 진단이 가능한 검사법으로, 세계적으로 폐암 진단에 적용되는 추세다. 기존의 가슴 X선 사진으로는 1㎝ 전후 크기의 암만 발견할 수 있지만 저선량 CT로는 3~4㎜의 크기의 작은 암 덩어리도 찾아낼 수 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경수 교수팀은 1999년 8월부터 2003년 9월 사이에 건강검진을 받은 45세 이상의 무증상 성인 6,400여명을 대상으로 저선량 CT로 검사한 결과 0.3%인 19명에게서 폐암을 발견했다. 검사비도 10여 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전립선암 조기 발견하면 90% 완치

전립선암은 인구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7년 전보다 무려 두배 이상 늘었다. 남성암 가운데 가장 증가세가 빠르다.

전립선암은 말기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더욱 중요하다. 신체의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은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지만 림프절, 뼈, 폐 등으로 전이되면 5년 생존율이 50% 이하로 뚝 떨어진다.

대한암학회는 50세 이상인 남성은 매년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와 직장 수지(手指)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한다. 전립선암 환자인 경우에는 혈액검사 때 혈중 PSA 수치가 높게 나온다. 직장 수지검사는 의사가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직장 가까이 있는 전립선의 상태를 촉진(觸診)하는 암 조기 검진법이다.

특히 전립선암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45세 이상부터 매년 PSA검사 및 직장 수지검사를 하도록 지침을 정했다. 전립선암 고위험군은 ▲전립선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지나치게 금욕하는 경우▲어린 나이에 일찍 성관계를 시작한 경우 ▲성관계 파트너가 많거나 성병에 걸린 적이 있는 경우 등이다.

박찬일 이사장은 “현재 암으로 인한 직ㆍ간접 비용이 연간 19조원에 이르러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암은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예방이 어렵지만 이번 가이드 라인이 폐암과 전립선암 조기 발견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대한암학회>

■암검진 오해와 진실

1. 종양표지자 검사가 모든 암을 찾아낸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을 ‘종양표지자’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종양표지자는 암 특이성에 한계가 있으므로 이것만으로 암의 유무를 진단할 수 없다. 현재 암을 조기 진단하는 데 쓰이는 종양표지자는 2가지에 불과하다. 전립선암에 많이 분비되는 전립선특이항원(PSA)단백질과 간암에서 분비되는 혈청알파태아단백(AFP)뿐이다. 따라서 종양표지자 검사는 일종의 보조진단에 불과할 뿐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2. 피 한방울로 암을 진단한다?

현재 혈액검사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경우는 전립선암과 간암 조기 검진에 이용되는 종양표지자 검사 뿐이다.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암 조기 검진에 활용될 정도로 신뢰를 갖춘 혈액진단 기술은 없다. 시중에 선보인 검사 장비는 먼저 정확한 임상 연구를 통해 유용성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3. PET가 암 조기 진단에 효과적?

X선이나 CT, 초음파에 비해 양전자 단층 촬영(PET)은 작은 종양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검사비가 60만~100만원 정도로 비싸고 염증성 질환이 암으로 오해되는가 하면 악성 종양이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PET를 암 조기 검진의 적절한 방법으로 추천할 수 없다.

<도움말 대한암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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