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실업계 고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사회에 진출하고 인문계 고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얼마 전 한 단체에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이러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실업계 고교생의 70% 정도가 대학 진학을 위해 학교 수업보다는 학원 수업에 집중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실업계 고교생들은 실업계 고교 졸업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증가하는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더 이상 우리나라는 저임금 노동력은 경쟁력으로 삼을 수 없으며, 우리 젊은이들도 이러한 직업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실업계 고교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문직업인 양성을 취지로 설립된 전문대학도 실업계 고교와 형편이 크게 다를 바 없다. 현재 전문대는 4년제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한 과정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전문대의 취업률은 79.4%로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반면 전문대학에서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은 9.14%로 수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금도 전문대학 캠퍼스 여기저기에는 편입학원 현수막이 내걸려 있고 많은 학생들은 편입시험 공부에 여념이 없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우리 사회가 전문대 졸업생들에게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직업인에 대한 인식은 낮다. 정부의 전문대 지원 정책도 현실적이지 않다. 특히 158개 전문대학 중 89.9%를 차지하는 142개 전문대학은 재학생의 등록금에 전적으로 대학 경영을 의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의 질을 높이기는 힘들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자료를 보면 해마다 1조1,000여억 원이 4년제 대학 190여 곳의 정책 연구비로 지원되고 있는 반면, 전문대학은 해마다 1,700여억 원만이 지원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이 지속되면 전문직업인 양성은 요원할 것이다.
교육 여건을 감안할 때 전문대학에도 4년제 대학에 상응하는 연구비 상향 지원, 교원의 급여 일부 지원 등으로 구성원에 대한 소속감을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전문대학도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장용선 삼육의명대 관광영어통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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