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많은 사람이 피부나 몸매 관리에 정성을 쏟고 성형수술도 쉽게 한다. 거리를 거닐다보면 예전과 비교해 젊은 여성의 외모가 정말로 많이 아름다워졌다고 느끼게 된다.하지만 외모 만족도는 어떨까? 분명히 과거보다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 여성의 75% 이상이 자신의 외모에 불만이라고 답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만족도는 떨어진다. 외모 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신경 쓰면 쓸수록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 정신세계의 아이러니다.
성형외과 의사의 말을 들어 보면 성형수술 하려는 사람의 상당수가 결과에 불만이라고 한다. 물론 수술 자체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수술이 잘 되고 주위 사람도 좋다고 해도 본인만 만족하지 않는 경우다. 특히 이런 사람 중 일부는 같은 부위를 반복해서 수술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를 높였다가 너무 높아졌다고 다시 낮추고, 너무 낮아졌다고 다시 높이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엔 ‘신체 이형성 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들은 자신의 신체나 외모에 큰 결함이 있다고 믿어 자꾸 수술하려고 한다. 하지만 수술을 받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새로운 결함을 발견하기 때문에 오히려 집착만 강화할 뿐이다.
한 20대 초반 여성 환자는 가슴이 너무 커서 흉하고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전혀 큰 가슴이 아니었고 오히려 작은 편이었지만 두 차례나 유방 축소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가슴이 크다고 느끼고 있었다. 환자는 가족들의 설득에 못 이겨 정신과를 찾았지만, 자신의 정신은 전혀 문제없고 오직 가슴만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신체 이형성 장애 환자는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는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과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 앞서 얘기한 듯이 성형수술을 받을수록 집착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더 이상 수술을 받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젠 성형수술도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측면이 많이 인정되고 있다. 외모 가꾸기를 외모지상주의라고 강력히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동안 정신의 권위에 눌려있던 건강하고 아름다운 육체의 해방이라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신만 강조하고 육체를 무시하는 엄숙주의나 겉모습만 과도하게 중시하는 외모지상주의 모두 제대로 된 방향은 아니다.
육체와 정신을 모두 조화롭게 존중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현명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지혜다. 역시 모든 것에는 조화와 중용이 가장 올바른 길이다.
박원명/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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