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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 담보대출 연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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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 담보대출 연체 '비상'

입력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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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48)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자신의 빌라에 대한 경매 처분 통지서를 받았다. 주택담보대출금의 이자가 수개월째 연체된데다가 최근 일정한 소득이 없어 집을 경매에 넘길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2001년말 1억원을 대출받아 1억5,000만원짜리 빌라를 장만했던 김씨는 이후 경기 침체와 주식 투자 실패로 경영하던 속옷가게까지 다른 사람에게 넘긴 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간신히 이자를 납부해오던 중이었다. 김씨는 "집을 팔려고 해도 값이 떨어져 대출원금 변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차라리 월세방을 얻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001년과 2002년의 전세대란 당시 붐을 이뤘던 빌라와 다세대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이 가계와 은행에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하자 대출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 주택을 구입했던 서민들이 경기 침체와 집값 하락 등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45%를 차지하는 다세대 주택 대출 연체때문에 전체 연체율이 올라갈 정도"라며 "하반기 42조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앞둔 상황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대란 당시 다세대 주택 대출액을 10조원대로 분석하면서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점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경매시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서울지역 빌라와 다세대 주택의 경매물건은 지난해 4월 588건에서 12월 887건으로 급증한데 이어 올 3월 1,212건, 4월 1,045건으로 매달 1,000건이 넘고 있다.

지난해 4월 2,406건이었던 수도권의 다세대 주택 경매물건도 올 3월부터는 매달 7,000건 이상씩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낙찰가율이 60∼70%선으로 떨어져 은행으로서는 경매에 넘겨도 대출원금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김씨의 빌라도 이미 1억2,00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진데다가 낙찰가율을 감안하면 8,000만원을 건지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세입자에 대한 1,600만원 최우선 변제 규정을 악용해 대출승계로 빌라를 거저 넘겨받아 1,600만원에 전세를 놓은 뒤 이 돈을 받아 도망치는 '빌라깡' 범죄도 기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은행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택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이 있고 은행들이 만기 연장 등에 나설 전망이라 당장 큰 부담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어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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