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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알아본 모기의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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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알아본 모기의 생태

입력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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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발검(見蚊拔劍)’‘모기 보고 칼 뺀다’, 즉 하찮은 일에 흥분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그러나 조용한 여름 밤 귓가에 울리는 가늘고 높은 모깃소리에 잠을 설치며 종아리를 하염없이 긁고 있자면, 칼뿐 아니라 바주카포라도 준비하고 싶은 심정이다.

인간과 모기의 ‘피 터지는’ 전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중생대부터 거센 환경의 변화를 이겨내며 1억년 넘는 세월을 버텨온 모기는 인간이 자신들의 세계를 침범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생태계의 강자이자, 평생 함께 살아야 할 얄미운 동반자 모기의 이모저모를 숫자로 살펴봤다.

<3> 모기의 무게

모기의 무게는 약 3㎎, 길이는 0.5㎝ 내외다. 모양을 구별하기 힘들 만큼 작지만 전세계 모기의 종류는 3,550여종에 달한다. 모기는 피부에 침을 꽂으면 1~5㎎의 피를 빨아들이며 몸무게보다 2~3배 무거운 5~10㎎ 정도를 배에 채워 포만감을 느끼면 벽에 앉아 조용히 쉰다.

모기가 피를 빠는 이유는 번식이다. 알-유충(장구벌레)-번데기-성충 등 네 번의 완전 탈바꿈을 하는 모기는 성충이 되고 1~2일 내에 교미를 시작한다. 수컷 모기는 낮 동안 나뭇잎 뒤 같이 어두운 곳에 숨어있다가 밤이면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약 2m 높이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암컷을 유혹한다. 암컷 뱃속에는 주머니가 있어 한번 교미로 평생 알을 낳을 수 있을 만큼의 정액을 확보해둔다.

교미 후 암컷은 동물의 피를 빨기 위해 배회한다. 난자 성숙을 위해서는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피를 빠는 모기는 모두 암컷이며 수컷은 과일이나 나뭇잎의 진액을 먹고 사는 ‘초식 곤충’이다.

<100> 한번에 낳는 알

모기가 활동하는 반경은 1㎞ 내외로 모기가 많이 보인다면 주위에 발생지가 있다고 보면 된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모기 한 마리는 약 1달 동안 살면서 100~150개의 알을 3~7번 낳는다. 알은 서로 붙어 뗏목 모양을 이루며 물이나 진흙에 떠다니다가 2일 정도면 부화해 유충인 장구벌레가 된다. 1~2주 정도에 걸쳐 4번의 허물을 벗으며 번데기로 자랐다가 2~3일 후 성충이 돼 날아간다. 모기 번데기는 다른 곤충과 달리 빛의 세기에 반응해 꼬리를 움직여가며 물 위를 헤엄쳐 다닌다.

모기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유충 상태로 물에 떠다닐 때 잡는 것이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모기 유충을 제거할 수 있는 미생물 살충제 B.t.i.나 곤충성장억제제(IGR)가 많이 쓰인다. 최근 모기유충 방제에 획기적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미꾸라지. 1996년 전남 벌교읍의 한 유기농 농가에 모기가 없는 원인을 찾다가 발견한 미꾸라지는 모기 유충을 하루에 1,100마리까지 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류의 큰 공포인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강력한 살충제를 개발하고 레이저를 쏘거나 유전자를 조작해 ‘불임 모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모기의 종이 워낙 많고 적응 능력이 탁월해 아직까지 완벽한 방제법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300> 1초 동안 날갯짓 수

가려움 만큼 우리를 참을 수 없게 하는 것은 밤의 정적을 가르는 모깃소리다. 1초에 250~500회의 날갯짓을 하는 모기는 종마다 다른 파장을 낸다. 교미할 때 같은 종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이 날갯짓 소리로 알려져 있다.

모기는 다른 벌레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얇은 날개를 납작한 8자 모양으로 움직이며 날아다니거나 공중에 떠있다. 날개의 각도는 18도 정도로 이 각보다 더 세우면 비행기가 착륙할 때와 같이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3억> 1년 발생 말라리아 환자

모기가 옮기는 여러 병 중 인류에게 가장 큰 해를 끼치는 것은 말라리아다. 지구 인구의 60%가 넘는 100여개국, 약 40억 인구가 말라리아 발생 가능지역에 살고 있다. 매년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환자 수는 무려 3억명에 달하며 이 중 150~200만 명이 사망한다.

말라리아 종류는 열대열, 삼일열, 사일열, 난형 등 여러 가지. 우리나라는 1979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말라리아 무병소 지대’로 선포됐으나 95년 휴전선 부근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환자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지는 않는다.

특효약인 ‘퀴닌(quinine)’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말라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을 유럽 사람으로부터 보호해주었다. 아프리카로 오는 유럽인들이 어찌나 많이 죽었는지 서부 해안은 ‘백인의 무덤’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징기스칸이 서유럽 점령을 포기하고 나폴레옹의 군대가 이탈리아에서 패한 원인도 말라리아였다고 알려져 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도움말 고신대 생명과학과 이동규 교수(한국위생곤충학연구회 회장)

■왜 나만 모기에 잘 물릴까/눈나쁜 모기 부르는 건 땀, 강한 향기

여러 명이 모여 함께 잘 때면 꼭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 혈액형이 B형이거나 체형이 섹시하면 모기가 좋아한다는데 과연 사실일까.

모기가 볼 수 있는 거리는 약 1m. 그나마도 형체는 알아볼 수 없고 사물 유무를 간신히 판단할 수 있을 정도니 체형을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다. 모기가 혈액형을 가려낸다는 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고신대 생명과학과 이동규 교수는 “모기는 동물이 호흡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땀의 주성분인 수분, 젖산, 아미노산 등의 체취로 흡혈 대상을 찾는다”며 “촉각 아래 달린 촉수라는 감각기를 통해 젖산은 20m, 이산화탄소는 10m 정도에서까지 냄새를 감지한다”고 맑혔다.

따라서 성장과정에 있어 신진대사가 활발한 어린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모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 모기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자주 씻는 것이 필요하나 너무 향이 강한 비누나 샴푸를 쓰면 오히려 모기를 끌어들일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모기가 피를 빨 때 사용하는 침돌기(흡혈관)의 직경은 20~40㎛. 피부를 뚫을 때 신경을 건드리지 않을 경우가 많아 물릴 때는 감지하지 못하지만 침돌기가 유난히 큰 대형 모기에 물릴 때는 바늘에 찔리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모기가 마취 성분을 피부에 미리 바른다거나 지방분해 물질을 넣어 살을 흐물흐물하게 만든다는 것은 모두 근거가 없다.

모기의 침샘에서 만들어지는 침은 피를 빨기 전에 동물 몸 안으로 들어가는데 말라리아, 뇌염, 황열병 등 대부분의 모기 매개 전염병이 이 때 옮아간다. 이 안에는 소화효소, 혈액 항응고제 등 약 20가지의 성분이 들어있다. 모기에 물린 후 가렵게 느끼는 것은 이 같은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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