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남매를 둔 학부모 김모(38ㆍ서울 동작구 대방동)씨는 최근 6학년 아들이 다니던 영어 학원(월 20만원)과 4학년 딸의 수학 학원(월 8만원)을 끊었다. 대신 비용이 월 5만원선인 학습지로 대체했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긴축 살림을 꾸리고 있는데, 남편의 사업이 당분간 호전될 기미가 없어 할 수 없이 학원비를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경기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高)성장을 지속하던 사교육 산업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 위기를 맞았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교육서비스업의 실질 총생산액은 7조3,169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7조3,883억원)에 비해 1.0% 감소했다.
교육서비스업 총생산액이 전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2000년 1분기에 0.6%가 줄어든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입시ㆍ예능ㆍ보습 등 사교육 관련 학원의 1분기 총생산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1.8%가 감소, 1998년 4분기(-11.5%) 이후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서비스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정부의 2ㆍ17 사교육비 경감대책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장기간의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로 가계의 소비지출이 극도로 위축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가계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학부모의 사교육 선택 기준도 교육의 ‘질’에서 ‘비용’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모 인터넷 학습지회사가 학부모 321명을 대상으로 사교육비 선택기준을 설문 조사한 결과 38%(122명)가 ‘가격’을 1위로 꼽았다.
지난해 8월 같은 설문에서는 ‘가격’을 꼽은 응답이 최하위인 3%에 불과했다. 이처럼 지속적인 경기 침체가 가계의 사교육비를 압박하면서 비싼 개인과외나 학원 강의 못지않은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학습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학습지 업체들은 매년 10%(매출액 기준) 안팎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의 학습지 회원수는 지난해 말 현재 약 650만명, 시장규모는 연간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학습지는 학원보다 저렴한 비용,방문식 1대1 학습,지도교사의 다양한 교수 노하우 등 장점을 바탕으로 그 영역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각종 학습지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자녀의 능력과 관심에 맞는 학습지를 잘 선택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빚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학습지 업체의 광고만 믿고 무작정 선택하기 보다는, 학습지 업체의 교육철학과 학습방법, 교재 및 서비스의 내용, 학습지 교사의 능력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학습지는 고액의 족집게 과외와는 달리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집에서 자기 수준에 맞는 교재를 골라 꾸준한 학습계획에 따라 진도를 나가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 학습 습관에 맞는 교재를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습지를 고를 때는 우선 교재의 내용을 충실히 검토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습지 업체가 샘플 교재를 무료로 제공하는 만큼, 미리 점검해 보고 자녀의 학습수준에 맞는 교재를 선택하면 된다.
교재가 자녀의 학습동기를 유발할 만큼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지, 제7차 교육과정에 맞게 재구성돼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교재의 외형이 고급스럽고 화려한 것보다는 교재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의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내용이 충실한 교재를 골랐다면 자녀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교재라도 자녀가 금방 싫증을 낸다면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습지는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학습량을 많이 잡기 보다는 꾸준히 학습할 수 있도록 시간관리에 신경을 써서 지도해야 한다.
자녀의 학습을 방문교사와 자녀에게만 맡겨놓는 것도 좋지 않다. 아무리 내용이 좋은 학습지를 선택했더라도 자녀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부모 역시 매일 아이의 학습을 돕고 공부에 재미를 붙이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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