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장동력 위협하는 내수 침체/"아무리 값내려도 안삽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장동력 위협하는 내수 침체/"아무리 값내려도 안삽니다"

입력
2004.06.21 00:00
0 0

20일 오후 서울 강남의 A백화점. 휴일이지만 주차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매장도 곳곳에 세일 간판이 붙어있지만, 상품만 둘러보고 나가는 손님이 대다수. 점원 김모(26)는 "요즘은 고객보다 판매원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푸념했다.내수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그 동안 내수 회복을 자신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목소리마저 힘이 빠졌을까. 이 부총리는 18일 "내수 회복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유통 분야는 물론 가전, 자동차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소비 침체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은 올들어 5월까지 윤달로 영업일수가 늘어난 2월을 빼고는 매달 최고 11%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판매도 15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1∼5월 내수 판매 규모는 44만6,865대로 외환위기 여파로 내수가 움츠러들었던 9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가전도 마찬가지. 가전 판매는 올들어 5월까지 품목별로 10∼20% 줄었다. LG전자 이영하 부사장은 "에어컨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줄 정도로 내수가 푹 가라앉아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내수 부진의 여파는 상대적으로 불황을 타지 않았던 '명품 시장'이나 '중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1,59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882대)보다 15% 감소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내수 부진의 탈출구가 없다는 점. 아무리 가격을 내려도 물건이 팔리지 않는 일본식 장기불황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백화점들이 5월 한달 동안 파격적인 저가 할인행사를 벌였지만 매출은 오히려 지난해 동기보다 1.3∼8.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할인마케팅이 먹히지 않는 것은 자동차 업계도 비슷하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최고 100만원까지 깎아주는 등 아무리 판촉 행사를 마련해도 고객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3월부터 특소세율을 30%나 인하한 에어컨, 프로젝션 TV 등 일부 고가 가전 제품의 판매도 인하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수출과 더불어 한국 경제의 양대축이었던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결국 장기불황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규제완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데다, 경기의 최접점에 있는 부동산경기도 옥석구분없이 꽁꽁 묶어놔 내수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종합적인 소비 진작 정책과 기업인의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