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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 '아크로비스타' 이달말 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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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 '아크로비스타' 이달말 입주

입력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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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바로 그 자리. 1995년 6월29일 삼풍참사가 일어났던 그곳은 작심하고 찾아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많이 변해있었다. 번쩍번쩍 실버톤의 광택을 빛내며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 있는 3개 빌딩의 이름은 '아크로비스타'. 96년 11월 서울시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대상그룹이 지은 이 빌딩은 도곡동의 타워팰리스와 삼성동의 현대 아이파크에 이어 강남의 '주상복합 삼각형'에 마지막 꼭지점을 찍는 곳이다.

이 달 30일 시작되는 입주를 앞두고 미리 들어가본 아크로비스타는 막바지 사전점검으로 매우 분주했다. 층마다 쓸고 닦는 통에 복도엔 먼지와 쓰레기가 빼곡했고, 입주자 가이드북을 만들기 위해 기획사 촬영팀까지 곳곳에 자리를 펼쳐 텅 빈 건물이 북적댈 정도였다.

아크로비스타는 대지 6,800평, 연면적 7만8,147평에 39∼94평형 총 757가구가 들어서는 주상복합아파트다. 지하 6층, 지상 29층인 A동에 165가구, 지상 37층인 B동과 C동에 각각 295가구와 29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규모가 가장 작은 A동은 1층에 상가와 은행, 증권사 등이 입점하고, 총 6층인 5,000평 규모의 지하상가엔 할인마트와 명품관, 병원, 식음료점 등 주민편의시설이 들어선다. B동 지하에는 골프연습장, 헬스장, 당구장, 사우나 등 특급호텔 수준의 스포츠센터가 입주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된다. C동엔 학생들을 위한 독서실과 손님맞이 및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클럽하우스, 유아놀이방, 게스트룸 등이 마련돼 있다.

테마파크와 산책로,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실개천과 그 곁에서 일광욕을 즐길 수 얕은 호수 등 아크로비스타가 자랑하는 녹지공간도 마치 공원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근사하게 만들어졌다. 대상의 이신재 상무 겸 건설사업본부장이 "사고 터에 지은 집이라 꺼렸던 사람도 막상 들여다보면 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최고급, 최첨단 설비들로 지었다"고 말했다.

아크로비스타는 7도 이상의 강진에도 끄떡 없게 내진설계를 했고, 구조설계와 감리도 프랑스 등 외국 전문가에게 맡기는 등 안전에 각별한 조치를 취해 지어졌다.

■추모공원 조성 등 숱한 우여곡절

삼풍백화점 자리에 주상복합건물 아크로비스타가 들어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붕괴사고 이듬해, 서울시는 사고 피해자의 유족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삼풍측으로부터 삼풍백화점 부지와 제주 여미지 식물원, 청평화상가, 삼풍분구용지 등을 넘겨받아 공개입찰을 실시했다. 당시 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피해보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여론의 질타를 무릅쓰고 주거지역이었던 이곳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했다. 지금도 시 관계자들은 국민 세금으로 피해보상을 하지 않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있는 강남의 몇 안 되는 노른자위라는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입찰은 3번이나 유찰된 끝에 2,052억원이라는 다소 싼 값에 대상으로 넘어갔다. 감정가는 2,681억원이었다.

그러나 추모공원 조성을 요구한 유족들과 인근 삼풍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주상복합 사업은 난항을 겪었다. 삼풍 주민들은 2000년 3월 일조권 및 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행정법원에 건축허가처분 취소소송까지 냈으나 각하됐다. 2003년 2월과 3월에는 삼풍아파트와 공사현장 앞 도로가 일부 내려앉으면서 다시 한 번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도로침하의 원인을 두고도 시공사측이 백화점 붕괴사고로 인한 지반약화를 주장한 데 반해 주민들은 시공사의 발파작업으로 맞서 도로 복구공사가 한동안 지연되기도 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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