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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행정수도 더 검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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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행정수도 더 검토하자

입력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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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 논란을 지켜보면서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것을 느낀다. 지난 총선 결과에 나타난 국민의 심판을 여도 야도 벌써 잊고 있다. 입으로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대사' 운운하지만 당이나 개인의 명운에 더 집착하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국민투표 요구를 하기 전에 한나라당이 먼저 입장을 정리하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적은 옳다. 한나라당은 작년 12월 29일 당론으로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통과시켜 놓고 이제 와서 반대하는 이유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의 속셈은 일단 특별법을 통과시켜 총선을 치르고 17대 국회에서 시행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대선과 총선에서 잇달아 충청표를 휩쓰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그들은 변명하고 있다.

선거 전략으로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통과시켰다가 나중에 뒤집겠다는 것은 국사를 당리당략의 하위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결의, 서청원 의원 석방 결의와 함께 16대 국회 말기에 저지른 한나라당의 3대 만행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 야당을 믿고 국민이 밤잠을 잘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심한 찬반 논란이 있으면 국민투표를 할 수도 있다"고 밝힌 지난 2월의 노 대통령 발언을 들고 나와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말 뒤집기'를 공격하기에 앞서 자신이 왜 입장을 바꿨는지 솔직하게 털어놓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

노 대통령과 여당도 잘못이 많다. 행정수도 이전 안은 대선에서 설익은 채로 내 놓았던 수많은 선거공약 중의 하나다. 그리고 그것은 노 대통령 캠프에서 창안한 기막힌 아이디어도 아니다. 그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수도 이전 또는 기능 분산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고, 박정희 정권에서는 구체적으로 이전 계획을 검토한 적도 있다.

그러므로 노 대통령이 '정부의 명운'을 걸고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은 사명감 과잉으로 느껴진다. 아무리 확신이 가는 좋은 정책이라 해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후대로 넘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도 이전이란 국가의 미래가 걸린 대사인데, 정부나 대통령의 명운을 걸겠다는 말도 사려가 부족한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반은 반대가 약간 우세한 정도로 큰 차이가 없지만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60∼70%가 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 조사 결과는 대통령 탄핵 결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한 흐름이 있다. 노 대통령에게 잘못이 있느냐는 질문에 60∼70%가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그들 중 절반 정도가 탄핵에는 반대하여 전체적으로 70% 내외가 탄핵 반대로 나타났었다.

이번에도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응답자 중 절반 정도가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대답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만일 행정수도 이전 반대나 국민투표 요구를 '대통령 흔들기'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탄핵에 대한 조사 결과와 함께 깊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이대로 강행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쏟아져 나오고 있는 행정수도에 대한 의문들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국민투표는 그 다음 일이다.

행정수도 이전인가 천도인가.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행정수도가 충청도로 가는 것이 옳은가. 수도 이전 비용에 대해 여러 주장이 있는데 어느 정도인가.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지방을 육성하기 위해 그 돈을 수도 이전에 쓰는 것이 효율적인가 등등 국민의 궁금증은 하나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16대 국회에서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이제부터라도 야당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양식을 가진 여야의 의원들에게도 큰 기대를 하고 싶다. 수도 이전은 정쟁거리가 아니다. 누가 이기거나 지는 문제가 아니다.

장명수/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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