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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日 '한류열풍'과 강제규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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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日 '한류열풍'과 강제규의 운명

입력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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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업자득이다. 아무리 현장과 통계를 들이밀어도 국내에서는 쉽게 믿지 않는다. 일본의 한류열풍을 두고 하는 말이다.오죽하면 한국일보 도쿄 특파원은 "내가 기사로 쓰면 믿지 못 할 것 같아 최근 요미우리(讀賣) 신문사가 발행한 '요미우리 위클리'에 실린 '한류' 특집을 아예 통째로 번역해 실을까도 생각했다고 한다.

'쉬리'로 日서 첫 바람

닛케이유통신문이 올해 상반기 히트상품 2위로 뽑은 '겨울연가' 와 배용준의 열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욘사마(배용준의 별칭)'란 말을 모르면 이상하고, 일본의 거의 모든 언론이 그의 특집을 실었다.

특이한 현상이려니 할 수도 있지만, 개봉(26일)에 앞서 16일 일본을 방문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과 주연배우 장동건 원빈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보면서 아닌 게 분명했다. 공항과 시사회장에 몰려든 수천명의 일본 젊은이들은 '쉬리'의 감독을 기억했다. 그들의 열광의 대상은 다름아닌 한국영화, 바로 강제규가 만든 영화 그 자체이기도 했다. 때문에 '태극기…'야말로 처음 일본인들이 감독도, 배우도 잘 모르던 시절 국내 최고흥행작이란 타이틀 하나로 뛰어들어 관객 130만명이란 한국영화 최고기록을 세운 '쉬리' 이상으로 일본의 '한류 열풍'에서 의미 있고 중요하다.

국내에는 일본의 '한류열풍'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일본에 그것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불신은 사실 영화인 스스로 만든 것이다. '쉬리' 성공 이후, 거의 5년 동안 한국영화는 일본시장에 관한한 '부풀리기'에 급급했다. 다분히 국내흥행을 겨냥해 몇 백만 달러에 수출계약을 했다는 확인할 수 없는, 그리고 자세히 캐보면 엉터리에 가까울 만큼 구멍이 숭숭한 기록 아닌 기록 선전에 열을 올렸다.

일본에서의 시사회나 개봉도 그랬다. 늘 "엄청난 열기와 흥행성공"이란 자화자찬을 늘어 놓았고, 이따금 이를 보도하는 매스컴은 과거 칸영화제에서 한국언론이 그랬던 것처럼, 마치 금방이라도 난리가 날 것처럼 과장을 늘어 놓았다. 그러나 실제는 어떠했는가. '공동경비구역 JSA'와 '엽기적인 그녀', 그리고 지금 개봉 4주차에 접어들면서도 120개 스크린에서 상영중인 배용준의 '스캔들'을 제외하면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일본에 사상 최고에 팔렸다고 자랑하며 2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강우석감독의 '실미도' 조차 개봉 첫 주말 6만명이란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니, 나머지는 언급하기조차 창피하다.

이런 결과는 일본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사실 지금 일본의 한류열풍을 '거품'과 '위기'로 보는 사람도 많다. '겨울연가'는 몇 년 전 일본을 휩쓴 순애보적인 감성물결의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최근 한국영화에 기대보다 실망이 커지고 있다고. 그래서 '태극기…'가 아주 중요한 때에 개봉하며, 그 결과 또한 '한류열풍'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태극기…'가 이어줘야

17일의 시사회 열기와 반응, 일본 언론들의 관심, 극장들의 호응, 일본 한 고교에서 한 한국 학생이 초대권 몇 장을 급우들에게 나눠주려 하자 서로 차지하려고 해 추첨을 했다는 에피소드 등으로 미뤄볼 때, '태극기'에 또 한번 큰 희망을 걸어도 좋을 듯하다. 남북분단을 소재로 한 '쉬리'로 일본에 바람을 만들고, 같은 소재의 영화로 이제는 불안해진 그 바람을 다시 오래도록 불게 해야 하는 강제규 감독. 참으로 묘한 운명이다.

/이대현 문화부장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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