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장간을 찾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대장장이는 예술가라는 자부심으로 버팁니다."이제는 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지는 대장간에서 65년째 쇠와 불을 벗 삼아 대장장이의 맥을 잇고 있는 팔십대 노인이 있어 화제다. 충북 영동읍의 계산리 재래시장 입구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는 정귀헌(81)옹이 바로 그 주인공. 열 여섯 나던 해 대장장이 형을 따라서 대장간 화덕(무쇠를 불리는 곳)의 풀무를 돌리기 시작한 그는 한국전쟁 뒤 이곳에 정착, 반세기 넘게 쇠를 달궈 두들기는 메질을 해왔다.
3평 남짓한 정옹의 비좁은 대장간에선 호미, 괭이, 낫, 도끼, 칼 등 다양한 농기구와 연장들이 마술처럼 쏟아져 나온다. 손놀림이 워낙 꼼꼼해 그의 대장솜씨는 인근 김천·옥천까지 소문이 자자했고, 전성기에는 종업원을 4명까지 거느린 적도 있었다.
요즘은 기계로 찍어내는 농기구 보급이 보편화돼 손님도 많아야 하루 1∼2명꼴이지만, 정옹은 아직도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대장간을 연다. 변치 않고 찾아주는 옛 단골을 맞기 위해서다. "손님은 많지 않지만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일을 한다"는 정옹은 "60여년간 갈고 닦은 대장기술을 전수하고 싶어도 힘들고 거친 일을 배우려는 젊은이가 없어 안타깝다"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영동=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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