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법을 만들면 손대지 않아도 되는 치밀한 입법 시스템의 모델을 보여주고 싶습니다."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이 18년간의 법관 생활을 접고 정치권에 입문한 동기다. 그는 판사시절 각종 법률을 해석·적용 하면서 법관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한다. 조문 하나만 제대로 손질해도 수천, 수만 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법이 부지기수였지만 그것은 그의 권한 밖이었다.
게다가 후진적 입법 시스템도 불만이다. 각종 법안 제·개정 시 입법 의도나 각계각층에 미치는 파장을 간과하기 일쑤인데다, 철저한 사전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아 나중에 엄청난 후유증을 초래하는 '부실 법안'이 속출하고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문제만 하더라도 법 제정에 앞서 기본적 검증절차만 밟았더라도 오늘의 혼란은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주 의원은 주역에 나오는 '계영노겸(戒盈勞謙·넘치는 것을 경계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겸손하라)'을 좌우명으로 둘 만큼 자신의 인생관을 통째로 바꾼 사고를 잊을 수 없다. 1998년 3월 교통사고로 두개골 골절 등 중상을 입은 뒤 헬기로 긴급 후송돼 13시간의 대수술 끝에 기사회생한 것이다. 당시 모든 사람들이 "아까운 사람 하나 죽거나 불구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문을 나섰다. 이후 주 의원은 "여분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늘 감사하게 됐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고 때를 떠올리면 힘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정치권의 상생문제도 불교적으로 설명한다. "우주의 만물이 모두 다 친척이고 다른 사람의 아픔이 나의 아픔인데, 왜 싸우고 죽이려고 하느냐." 상생만이 우리 정치가 살길이라는 얘기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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