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세계 주식시장에서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적 약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미국, 일본 및 주요 증시의 현재 주가 수준이 올해 고점대비 10% 미만의 조정에 머무르고 있는 것에 비해 유독 한국 증시만 20% 이상의 큰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상대적 약세원인은 최근 중국경제의 긴축 움직임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그리고 국제 유가의 급등으로 요약되는 3대 불안요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위험 노출 정도가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국내 경제에 있어서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심해지며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동반한 일본식 복합불황을 우려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은 1990년대에 발생한 버블붕괴에 따른 자산의 디플레이션 발생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부동산을 위주로 한 자산가격의 하락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증가시켰던 은행들의 부실을 초래했고, 부실 은행의 도산은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였고, 이는 다시 기업의 생산 및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와 금융경색의 악순환을 초래, 결국 경제 전체가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일본식의 복합불황 가능성이 사람들을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했고, 당장의 소비지출을 줄여서라도 앞날을 준비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물론 현재의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위험자산인 주식에 투자할 리 없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국내 증시의 수급기반을 고려할 때 중요 매수주체인 외국인들마저 매도세로 돌변한다면 이후의 주가 향방은 보지 않고도 짐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을 10년 전 일본의 상황과 단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라는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만큼 경제위기에 대한 내성을 길러왔다.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비싼 대가를 치르며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으며 그 결과 전통산업과 정보기술(IT)산업에서 골고루 세계적인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용 없는 성장과 그로 인한 가계소득 감소, 내수부진의 악순환에 직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기업은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이끌 수 있는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을 가져야 하고, 금융기관도 더 이상 부동산 투기용이 아닌 생산적인 분야에 대한 신용공급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투자 역시 요행이나 투기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업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다.
장인환/KTB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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