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국제결혼 사례가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고 있다. 주위에도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결혼을 하는 배우자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미국인이나 유럽인과 결혼을 하는 경우는 그나마 부모님에게서 결혼을 인정받기 쉽지만 배우자가 얼굴이 까무잡잡한 동남아 계통 사람이라든가 네팔 사람이라면 달라진다.
세계 어느 나라 부모가 자식이 가난한 나라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만은 한국의 경우 더더욱 힘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동남아인 중 많은 이들이 불법체류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국제결혼도 대부분 배우자들이 얼굴 하얀 미국인이나 유럽인이다. 이들도 부모님의 반대로 힘든 상황을 맞지만 결국 행복하게 살아간다. 반대로 동남아인과 결혼하는 한국인은 대부분 농촌 총각들이다. 그들의 모습이 행복하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불행한 결말을 맺는 경우가 많다.
내 주위에도 동남아인과 결혼해 도시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다. 한 네팔 남성은 한국 여성과 어렵게 결혼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식을 네팔로 보내야만 했다.
얼굴이 까무잡잡한 외국인을 무시하는 한국인들이 아직도 많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많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네팔에서 왔다고 하자 시장의 한 아주머니가 "불쌍해라. 네팔에 먹을 거는 있었어. 많이 먹어. 돈 많이 벌어 가지고 가"라고 했다. 당시 너무 마음 아프고 원망스러웠다. 네팔이 비록 돈은 많지 않지만 농산물이 풍부해 굶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전쟁을 겪고 외국에서 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 한국인의 모습을 기억하며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이제는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남아나 네팔인들의 삶이 순조롭지는 않지만, 한국인들이 따뜻한 마음을 넓혀 나가고, 우리도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서로가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유익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검비르만 쉬레스터 네팔인/동국대 사학과 학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