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방대 혁신 역량 강화(NURI)' 사업 지원 대상이 발표되면서 대학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향후 5년간 1조4,200억을 79개 비수도권 대학에 지원하는 이 사업은 대학과 연구소, 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를 연계하여 지역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는 획기적인 지역 육성 사업이다. 지방대 육성, 지역 전략산업 활성화, 지역산업계 인재 양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이번 사업은 특정 사업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 하에 선정된 대학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을 지원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미 2005학년도 대학입시에서도 학부 입학정원 7,271명을 감축했고, 앞으로 신입생의 6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사업 단위 학과의 경우 학생정원 90% 이상을 채워야 하고 2008년까지 교원확보율도 80%를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선정된 대학들은 많게는 수백억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는 반면 탈락할 경우 곧바로 퇴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방대 구조조정 문제이다. 향후 교육환경 변화를 예측할 때 학생수 감축과 선정된 영역의 교수 충원, 그리고 장학금 지급과는 서로 상충되는 요인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누리 사업의 대부분이 우수교원 확보, 실습기자재 구입, 장학금 등 패키지 방식의 일괄지원인데 향후 대학 인구의 감소 전망이나 신입생 모집, 학교 서열 변화 등에 대한 종합적 배려가 미흡한 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원 분야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사회적 수요가 요구되는 산업 분야로 존속될지, 현재와 같이 학생이 감소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누리 사업 지원요건으로 정원감축을 강제사항으로 두어야 할지, 그리고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수합병(M& A)과 연합대학 등 대학 구조조정안과의 관계는 어떨 것인지 등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교육부의 '포스트 두뇌한국 21(BK21)' 사업을 비롯해 과학기술부 등 각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사 사업과의 중복 투자에 따른 예산 낭비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셋째, 국립대와 사립대 간에 엄연한 규모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국립대와 사립대 간, 거점 국립대와 소규모 국립대 간, 산업대, 교육대, 신학대, 특수목적대 등 설립 이념과 규모, 연조에 따른 사항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에 대해 쟁점의 소지가 있다. 이미 대학가에서는 '살생부'라 불릴 만큼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 원칙은 견지하되 이러한 점이 신중히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학문 영역 간 균형발전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자연계와 이공계 위주로 지원이 이루어져 인문계 고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균형발전과 함께 학문 간 균형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었다면 더 바람직했으리라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수도권 대학에 대한 배려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과의 연계가 없는 지역 균형발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리 사업을 통해 학사 운영 합리화, 학과 통폐합 등 구조개혁, 특화된 분야의 경쟁력 제고, 지역 간 균형발전 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탈락한 대학의 아픔과 향후 진로에 대해서도 단순히 시장원리나 경쟁원리에 의한 적자생존 원칙만을 고수해야 하는지 여부 등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누리 사업을 전국적·국가적 차원의 전략영역 부분과 지역특화형 영역, 그리고 국제적 다국적 영역 등으로 구분하는 게 바람직한 것이 아닌지 혹은 지역형과 전국적 단위의 전공 영역 간 풀제가 가능한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할 일이다. 무엇보다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 시행 과정에서 이러한 점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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