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점심시간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내 어깨를 가볍게 치더니 "이야기 좀 해도 될까요?"하고 말을 걸어왔다.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이라크에 최소한의 생필품을 공급하기 위해 유엔이 이라크 석유 수출을 통제하는 과정(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에서 유엔 고위 간부가 뇌물 수수에 연루됐으며 각국 수출입 관계자들도 후세인 정권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한창 언론에 보도되던 시점이었다.나도 몇 건의 칼럼에서 '코피 게이트'라는 말까지 쓰면서 비판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그가 반박하지 않을까 긴장했다. 그는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스캔들을 조사하기 위해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가 업무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조사 대상에 아난 총장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도 포함되느냐고 물었다. 아난의 아들이 스위스 회사 코텍나 인스펙션사의 컨설턴트였을 때 이 회사는 후세인 정권에 보내는 식품과 의약품 선적을 모니터 하는 수지 맞는 계약을 따냈다. 아난 총장은 경쟁사가 계약이 부당하다며 항의했고 유엔의 내부 보고서가 볼커 위원회에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부패의 또 다른 증거이다.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55건의 유엔 감사 보고서를 요구하자 아난 총장은 2일 볼커가 공적이지 않은 문서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사위원회의 정책이 적절하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나는 유엔이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볼커를 스캔들에 관련된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이용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아난 총장은 "나는 이 사건을 좀더 조사할 것이며 볼커에게 당신에게 전화하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은 약속을 지켰다. 이틀 후 볼커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자기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는 몇 주 전까지는 많은 스태프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나를 실망시켰다. 지금 우리는 몇몇 일류 조사관을 불러들이고 있으며 그들의 명단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다. 예산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유엔은 우리가 필요한 금액을 지원해야만 것이다."
한 유엔 관리는 볼커 위원회의 첫번째 문제는 소환장 발부나 선서 요구권 같은 권한의 부족이 아니라 예산 부족으로 사상 최대의 스캔들을 파헤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관료주의가 3개월간 지원 결정을 질질 끌어서 위원회를 좌절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스태프, 사무실, 행정부서가 없다. 심지어 비서도 없다"
이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BNP 파리바의 직원 두 사람이 내게 "맨해튼 지하 창고에는 5,000개의 석유―식량 파일 폴더가 있다"고 말했다. 폴더에는 유엔 관리가 선적계약자에게 돈을 지급하도록 서명한 은행 신용장 사본, 이라크 움카사르 항구에서 배에 선적되거나 요르단 국경에서 트럭에 실려질 경우 코텍나에 의해 모니터되는 도착통지서, 그리고 계약 내용이 담겨 있다. 문서 원본은 요르단 암만의 라피다인 은행으로 넘겨졌다. 사본은 BNP 파리바 은행 뉴저지 지점에 보관돼 있다.
유엔은 금수조치로 고통받는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식량과 의약품을 구입했다고 하지만 드러난 증거로는 러시아 건설 장비, 수백대의 벤츠 리무진, 수천병의 프랑스산 향수가 관련돼 있다. 어떤 합법적인 기관이 공정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소환장을 발부하지 않을까?
/윌리엄 새파이어 칼럼니스트/뉴욕타임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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