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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무대에 올린 '라 트라비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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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무대에 올린 '라 트라비아타'

입력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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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만큼 사랑받는 오페라도 드물 것이다. 전세계 극장에서 끊임없이 올라가고, 우리나라에서도 해방 후 첫 오페라로 1948년 1월 이 작품이 공연됐다.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일본식 표제로는 '춘희'·椿姬)이 원작인 이 작품은 파리 사교계의 꽃인 고급 창부 비올레타와 순진한 시골 청년 알프레도의 슬픈 사랑 이야기.

'라 트라비아타'는 '길 잃은 여인, 방황하는 여인'이라는 뜻. 유명한 '축배의 노래'를 비롯해 '아, 그이였던가' '파리를 떠나' '지난날이여 안녕' '프로벤자의 하늘과 땅' 등 아름다운 노래가 워낙 많이 나오고 관현악과 합창 또한 매우 극적이어서 가슴을 파고든다.

기원오페라단(단장 김기원)이 25∼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 올리는 '라 트라비아타'는 무대 바닥 전체를 거울로 덮는 독특한 연출(정갑균)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단장은 "주인공인 비올레타의 내면 세계와 사랑의 순수성을 투영하는 시각적 장치로 거울을 택했다"고 설명한다.

비올레타는 모든 소프라노가 선망하는 역이지만, 무척 소화하기 어려운 역이기도 하다. 운명적 사랑을 예감하는 순간의 설렘과 두려움부터 사랑이 절망으로 변하고, 끝내 병들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깊은 슬픔까지 제대로 표현하려면 완벽한 기교 뿐 아니라 빼어난 연기력이 필수다.

주역을 두 팀으로 구성한 이번 공연의 비올레타는 소프라노 김영미와 김향란. 기량과 관록을 자랑하는 가수들이다. 3년 전 후지와라오페라단 공연 때도 이 역을 했던 김영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안식년과 휴직으로 2년 반 동안 외국에 나갔다가 최근 돌아왔다. "마리아 칼라스의 '비올레타' 공연 비디오를 보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는 그녀는 "젊을 때는 뭣 모르고 이 역을 했는데, 나이가 드니 감정이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며 "그래서 더 여유 있어지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남자 주인공 알프레도는 테너 박세원과 이 현,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 역은 바리톤 장유상과 우주호가 번갈아 맡는다. 지휘 최승한, 관현악 경기도립오케스트라. 공연시간은 오후 7시 30분(26일은 오후 3시·7시 30분). 02―2256―88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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