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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장애 아들의 눈으로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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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장애 아들의 눈으로 쓴 편지

입력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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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짜리 발달장애(신체나 정신 발달이 해당 연령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장애로 자폐증이나 근육질환 등으로 나타날 수 있음)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아직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 줄 모르고 간단한 요구만 단어로 하는 아들이랍니다. 그런 아들을 보면서 제가 아들의 입장에서 가끔씩 편지를 쓰곤 합니다. 아래는 그 중 한 편인데 발달장애아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나는 공원에 놀러 가는 게 참 좋아요. 맘껏 놀 수 있으니까요. 좁은 공간에선 내가 너무 주인공이 돼 있어서 싫어요. 그래서 난 자연이 좋아요. 나를 두고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요. 나무도 날 있는 그대로 봐 주고 새들도 그래요.

사람들이 많은 곳은 늘 내 약점이 드러나요. 약점을 들춰내고 싶지 않은데 내 힘으론 안되죠. 사람들의 눈빛이 무섭고 말이 무서워요. 그래서 자연이 좋은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건 블록이에요. 좋아하는 색깔은 노란색이구요. 난 그걸 좋아할 뿐인데 사람들은 집착이라고 하지요. 누구나 좋아하는 게 있으면 자꾸 갖고 싶고 늘 옆에 두고 싶지 않나요? 나는 그게 조금 심할 뿐이에요. 사실 내겐 욕심이 없어요. 누군가와 경쟁해서 이기겠다는 욕심도, 남의 것을 빼앗아 내 것으로 만들려는 욕심도 없답니다.

내 마음은 작고 소박하지요. 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는 부족한 게 너무 많아요. 나 혼자만 살아갈 세상이 아니기에 노력해야 될 것도 많고 알아야 될 것도 많겠지요. 그걸 배우고 익히는 게 사실 나한테는 날개 없이 날아보라는 것과 똑같아요. 또 모르죠. 날 줄 아는 게 정말 좋다라는 걸 하나하나 깨닫는 순간 날개가 새록새록 자라 창공을 맘껏 활개칠 수 있을지. 기적은 있으라고 생기는 거잖아요.

난 자연을, 욕심 없는 나를 사랑한답니다. 남과 다르다는 것이 이상하게 비쳐지는 게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조금 특별하다고 봐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어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먼 훗날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자연을 노래하며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싶어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jungk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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