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 정상들이 18일 브뤼셀에 모여 유럽 대륙 단일 국가의 이상을 담은 유럽연합(EU) 헌법안을 확정했다.지난달 동구 10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4억 5,000만 명의 단일 거대 경제권을 이룬 EU가 헌법안을 확정함으로써 '유럽합중국'의 또 다른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헌법안 확정 후 EU 순번 의장국인 아일랜드의 버티 아헌 총리는 "유럽을 위한 위대한 성취"라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을 위해 중대한 날"이라고 평가한 뒤 샴페인을 터뜨렸다.
하지만 헌법안에 대한 각국의 비준 전망이 밝지 못한 데다, 헌법안이 프랑스, 독일 등 통합 지지국들과 영국 이탈리아 등 통합 반대국들 간의 어정쩡한 타협을 담고 있어 향후 순조로운 통합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안이 예정대로 발효한다면 2007년 EU는 독자적으로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갖게 되며, 외교 안보 테러 등을 제외한 분야에서 회원국들의 국내외 정책을 기율하게 된다. 또 2009년부터 EU는 회원국 인구 65%와 15개국 이상의 찬성(인구 및 회원국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중 다수결 제도)을 얻을 경우 회원국의 장래를 좌우할 주요 정책까지도 손댈 수 있는 막강한 위치에 올라선다. 물론 역으로 인구 35%와 4개국 이상의 반대가 나오면 EU의 실행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헌법안은 외교 국방 분야에 관한 한 회원국들의 주권을 현재와 다름없이 인정, 정치·군사통합체 즉 유럽합중국의 발판으로 보기에는 너무 미약하다.
또 이중다수결제도의 최소 기준이 당초 인구 60% 이상, 절반이상의 회원국에서 상향 조정된 것도 통합의 원리보다는 회원국 독자성 및 소국들의 이해를 강조한 결과다.
특히 10월 임기가 끝나는 로마노 프로디 EU집행위원장 후임을 놓고 독일과 프랑스가 기 베호르프스타트 벨기에 총리를 밀자 영국이 "EU 연방론자는 안된다"며 비토한 대목은 현 헌법안의 한계를 상징하고 있다.
결국 헌법안이 발효되더라도 EU가 이라크전쟁과 같은 사안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며, EU 대통령과 외무장관도 전체 회원국들의 동의 없이는 그리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이와 함께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정서가 강한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 등 7개국이 의회가 아닌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안을 비준할 예정이어서 어렵사리 확정된 헌법안이 현실화하기까지에는 험난한 고비를 몇 차례 더 겪어야 한다.
BBC방송은 헌법안을 설명하면서 "EU는 언제든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클럽이지 탈퇴가 불가능한 가족 같은 존재가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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