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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 죽이기/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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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 죽이기/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입력
2004.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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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죽이기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유향란 옮김

문이당 발행·9,000원

한 권의 책의 일생을 인간의 삶에 빗대 묘사한 조란 지브코비치(56·사진)의 소설 '책 죽이기'가 나왔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지브코비치는 유고슬라비아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기발한 발상과 특이한 소재로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작가다. 한 권의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떤 생애를 보내고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그린 '책 죽이기'는 오늘날 운위되는 '활자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일깨운다.

책의 탄생은 임신과 같고 작가는 책의 엄마이며 편집자, 타자수, 교정원, 식자공 등은 조산원에 비유된다. 세상이 그 이름을 알아주지 않는 조산원들의 각고의 노력을 통해 책은 태어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에 대해 요즘 세상의 푸대접은 끔찍할 정도다. 책장에 침을 묻히고 낙서를 하고, 책을 읽다가 아무데나 던져버리고, 심지어 쓰레기통에 처박기도 한다. 이것이 책의 한평생이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에는 필사로 만들어져 그 가치가 귀했던 한 권의 책이, 이제는 어디서나 복제품을 가질 수 있는 흔한 게 돼버렸다. 대중이 찾지 않는 도서관은 책의 집이 아니라 책의 무덤이다. 종이책이 넘쳐나다 못해 이제 사람들은 '책은 꼭 종이로 봐야 할까?'라고까지 생각하게 됐다. 이러가다는 "이제 책은 죽었습니다! CD롬이여! 영원하기를!"이라고 선언하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 "이 세상을 찬란하게 빛내온, 단 두 종의 지적 생명체(책과 사람) 중 하나가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화상의 대재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는 소설 속 책의 탄식은 지구 전체가 부지불식간에 동참하고 있는 책 죽이기 음모에 대한 섬뜩한 경종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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