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는 진천(生居鎭川), 죽어서는 용인(死後龍仁)'이라는 옛말이 있듯 사람 살기에 가장 좋다는 곳. 너른 평야와 비옥한 토양, 온화한 기후, 풍부한 산물.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없는 곳. 진천, 음성은 중부고속도로가 열린 이후에는 중부권을 대표하는 신흥 공업지역으로 급부상한 희망의 땅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살기 제일 좋으니 풍수는 따질 필요도 없다"면서 "언제나 풍년이 드는 이곳에 도읍을 정하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자손대대로 융성할 것"이라고 소리 높이고 있다.탁트인 평원 '도시개발의 적지'
중부고속도로 진천IC를 빠져 나와 음성 방면으로 5분 가량 달리면 탁 트인 평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이 특산물이 풍부해 '생거 중의 생거'로 불리는 덕산 들이다. 들판이 낮고 평평해 2층 건물 옥상에만 올라가도 드넓은 구릉지가 한 눈에 쏙 들어왔다.
해발 100m 안팎의 야트막한 산과 논이 이어진 올망졸망한 풍경은 음성 대소, 맹동까지 계속된다. 이 지역을 관통하는 513번 지방도를 지나다 보면 10㎞가 넘는 구간에 고개 하나 없어 약간 지루한 감마저 든다. "산지 투성이인 충북에 이런 곳이 있었나"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주민들은 이 같은 지형을 들어 "도시를 개발하는 데 더 없이 좋은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산을 깎아내리는 등의 대규모 토목 공사를 벌일 필요가 없어 비용이 적게 들고, 그만큼 자연경관 훼손을 줄여 친환경적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대식(68·농업·덕산면 용몽리)씨는 "바위는커녕 돌도 거의 없는 땅이라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후보지 대부분이 값싼 농지인 만큼 토지 수용과 보상 과정에서 큰 마찰도 없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동서고속도로 개통 '사통팔달'
그동안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지 않았던 탓인지 가는 곳마다 행정수도에 대한 이야기 꽃이 만발했다.
"정부가 땅값이 뛸 것을 걱정해 일부러 1등 후보지인 진천, 음성을 숨긴 채 연막 작전을 폈다"는 말도 나왔고, 음성군 대소(大所)면에서는 "'큰 곳'이란 뜻의 지명이 행정수도와도 맞아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박수를 치는 주민들도 많았다.
이곳은 지형 못지않게 교통 여건도 좋은 편이다. 남북으로 중부고속도로가 지나고, 2년 뒤면 대소, 맹동을 걸치는 동서고속도로도 개통돼 사통팔달이 된다. 곧 청주∼진천∼금왕 4차선 국도 확포장이 마무리되면 충북 북부, 강원 남부, 경북 북부 등 중부 내륙권과의 연계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중부 내륙권과의 다른 연결망인 충북선도 인접해있다. 행정수도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될 청주공항과는 20㎞ 거리.
특히 이곳은 중부고속도로 개통 이후인 10여년 전부터 과밀한 수도권에서 이전한 업체들이 터를 잡으면서 수도권의 배후지역으로 벌써부터 떠오른 지역. 때문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수도권 인접, 물부족이 흠
그러나 역으로 수도권과 가깝다는 점이 후보지 선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충북개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수도권 인구 유입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당초 행정수도 이전의 취지에 맞지 않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큰 물줄기가 없는 것도 흠이다. '배산(背山)은 있는데 임수(臨水)가 없는' 격이다. 일각에서는 "충주호 물을 끌어오는 충주댐 광역상수도 사업이 연말쯤 마무리되면 용수 걱정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인구 50만명이 이용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고속철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 일부 주민들은 "들러리만 선다"는 불만을 넘어 "후보지가 모두 충남 지역이다 보니 구색을 맞추기 위해 충북의 진천, 음성을 끼워넣기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우철균(34·대소면 오산리)씨는 "최종 낙점될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괜히 후보지에 포함돼 규제가 생기는 바람에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진천·음성=한덕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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