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박상길 부장)는 18일 2002년 대선 당시 385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몰수 채권 138억원을 구형했다.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최완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겸 결심 공판에서 "삼성이 사채시장 등에서 매입한 채권 800억원 가운데 사용처가 해명된 것은 300억원 뿐"이라며 "나머지 채권의 사용처, 정치권 제공 자금의 출처에 대한 소명자료를 아직도 제출하지 않고, 채권을 구입한 직원 2명을 출국시키는 등 수사 진행을 방해한 만큼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385억원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수백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쓰면서 회장에게 얘기하지 않았다는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는 재판부의 추궁에 "회장께서 외국에 자주 나가고 일일이 보고받는 것도 싫어하는 데다 알면 부담을 느낄 것 같아 본인이 알아서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피고인이 관리하는 회장의 개인 재산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주식은 조(兆) 단위로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채권과 현금은 실무자들이 관리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에 누를 끼친 데 대해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법을 지키고 정도경영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불법자금 100억원과 20억원을 제공한 현대자동차 김동진 총괄부회장과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에 대해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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