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힘조셉 캠벨·빌 모이어스 대담
이끌리오 발행
어린 시절, 나는 '신화'란 허무맹랑한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그것도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상상 속의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단군신화를 보라. 어떻게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단군을 잉태할 수 있는가. 어린 마음에도 이같은 설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어서 신화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마저 거뒀던 기억이 난다.
그런 탓인지 나는 학창 시절 얼치기 역사학도였음에도 신화에 흥미를 느끼지도 않았거니와 관심조차 두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솔직히 고백하건대, 독서시장에서 한창 유행을 타던 그리스 로마 신화조차 신문이나 잡지 같은 곳에 실린 것은 그냥 읽었겠지만 그 유명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조차 읽지 않았었다.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신들의 장난인지, 지금 내가 다니는 출판사에서 신화를 기획하게 되었다. 분명 신화 독자층은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 그리스 로마 신화만 읽을 것이 아니라 다른 신화도 읽히게 하자, 그럼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신화가 무엇일까, 고민하다 우리 출판사 편집위원인 김정란 상지대 교수로부터 켈트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뭔가 둔기로 한대 얻어맞은 듯했다. 신화에 대한 지금까지의 나의 무지함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신화에 대해 관심을 갖기로 했다. 책을 출간하려면 억지로라도 알아둬야 할 터. 이같은 충격요법까지 받았는데 어찌 신화 책을 찾지 않을 것인가? 그래서 내가 맨 먼저 집어든 책이 바로 여기에 소개하려는 '신화의 힘'이다. 이 책은 신화에 관한 책 하면 으레 떠오를 만큼 기본적인 입문서로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로 꼽히는 조셉 캠벨이 썼다. 캠벨은 신화에 관한 스테디셀러를 여럿 갖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와 나눈 TV대담을 묶은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 뿐만 아니라 북미 아메리카 인디언 신화와 인도 신화, 불교사상, 중국의 노장 사상은 물론 20세기 현대 영화, 비틀스까지 풍부하게 활용하며 신화의 본질과 그 속에 녹아있는 지혜를 들춰낸다.
결국 신화란 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이자 가족, 민족, 우주의 이야기로 우리 인간들이 궁극적으로 걸어야 할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나침반이며, 그래서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힘임을 이 책은 알게 한다. 사족을 붙이면 그날 이후 나는 늦었지만 거금을 들여 내 아이들에게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전질을 사줬다.
/조성일·아웃사이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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