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8일 행정수도 이전 국민투표 논란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으나 국회 논의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한나라당은 일단 당분간 국민투표를 요구하지도, 언급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관련법을 주도적으로 통과시켰다는 책임감도 있지만, 천도를 하느냐 마느냐의 이슈가 국민투표 실시 여부로 물타기 될 것을 우려해서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국민투표와 관련, "당과 협의 과정을 거치겠다"고만 했다. 대신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투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간접적인 압박을 가하겠다는 복안이다.
한나라당은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국민 뜻에 맡기겠다"는 것을 공식 입장으로 정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와 공청회, 청문회 등으로 여론을 수집한 뒤 그 추이와 상황에 따라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여기엔 "국민들이 수도 이전에 따른 재정 및 사회적 비용 부담과 효과 등을 정확히 알게 되면 반대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국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 여론이 형성되면 노 대통령 스스로 이전 계획을 취소하거나 대안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국민투표 불가' 입장을 명확히 하고, 특위를 구성해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 홍보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한나라당이 이 문제에 대해 오락가락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역주의 정략에 기대 국민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는 등 강한 공세도 병행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상임중앙위원회에서 "국회가 이미 입법한 것을 재론할 수 없다"며 "헌법상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국회의원 스스로 국회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국민투표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투표는 이미 의미를 상실했으며 국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한 논쟁은 아예 필요 없다는 것. 신기남 의장은 "한나라당이 총선 공약집에도 포함시켜 찬성해놓고, 이제 와서 태도를 바꿔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국론 분열을 일으키려는 정략적 의도"라고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 공세도 병행했다.
이와 함께 우리당은 한명숙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신행정수도 건설특위'를 이날 발족,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고 신행정수도 건설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국민투표 논란엔 휘말리지 않는 대신, 행정수도 이전이 꼭 필요하다는 여론을 형성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추진중인 행정수도 이전을 '졸속'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국민투표 실시에는 반대했다. 주대환 정책위의장은 "행정수도를 옮기는 것이 올바른지 의문이며, 지금 진행되는 것은 졸속"이라며 "그러나 이런 문제는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것이므로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장전형 대변인은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약속한 만큼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시키는 현명한 방법"이라며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