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18일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계획을 최종 확정했으나 연말 국회에서 파병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4개월용 파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2월19일 국회를 통과한 한국군 추가 파병동의안에는 파병기간이 4월1일∼12월31일로 돼있다. 국방부는 자이툰부대가 시행할 재건지원사업과 직업교육 등을 4개월 만에 마무리할 수 없기 때문에 파병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역시 어렵게 불러들인 자이툰부대를 호락호락 보내줄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파병 지지 당론을 모으면서 연말에 이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한 데서 알 수 있듯 정치권에 파병반대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상태여서 파병연장 동의안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의원들로부터 파병연장 동의를 얻을 수 있느냐는 앞으로 4개월 간 현지상황, 특히 자이툰부대를 둘러싼 여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
테러가 날마다 일어나고 이라크 내부 각 정파 간 대립이 계속될 경우 파병연장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이툰부대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이 과정에서 부대원이나 현지 한국인 가운데 테러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진다.
파병연장 동의안의 가결 가능성이 희박해질 경우 기간연장 후 규모축소라는 대안이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방부는 본대 2진(1개여단 1,000여명)의 출국 일정을 '본대 1진 정착 후'라고 불분명하게 정해놓음으로써 후일의 여건변화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2진의 파병도 계획대로 추진 될 것이라고 못박았으나 상황이 나빠지면 2진 출국을 무기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날 NSC 상임위의 결정으로 8월 초 선발대가 현지로 떠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이라크를 방문하고 돌아온 현지 협조단은 7월 말 선발대를 파병하자고 건의했으나 정치권의 논란으로 조금 늦춰졌다. 선발대는 쿠웨이트로 이동한 후 다음달 중순 이전에 출항할 2대의 수송선(2만5,000톤급)편으로 전달되는 장비와 물자를 받아 육로를 통해 아르빌주로 옮기게 된다.
당초 계획대로 서희·제마부대를 포함해 3,600여명이 파병되면 역대 규모면에서는 베트남전에 이어 두 번째이며,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동맹군 가운데는 미국(12만8,972명) 영국(8,594명)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 파병지 아르빌주
자이툰부대 파병지인 아르빌주는 치안이 안정적이어서 재건 중심의 지원을 벌이기에 적합한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지의 여론이 자이툰부대 파병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방부는 4월1일 아르빌주를 파병후보지로 압축했지만 현지의 원활한 협조를 받지 못해 지금까지 최종결정이 미뤄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아르빌주는 당초 4월 현지를 방문한 한국정부 대표단에게 한국군 파병이유를 되묻는 등 사실상의 파병반대 의사를 밝혔다. 아르빌주를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허브 및 관광특구로 육성하는 데 외국군의 파병이 장애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후 미국이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고 한국도 재건지원 중심의 파병계획을 설명, 한국군에 대한 환영의사를 밝혀왔다.
아르빌주는 해발 400∼1,000m의 고원지대가 많지만 남서부에는 광활한 평야지대가 펼쳐진다. 수니파가 94%, 시아파 기독교 등 기타 종교가 6% 정도로 분류된다. 한국군은 아르빌주 내 라시킨과 스와리시에 숙영지를 두게 된다. 합참은 부대방호와 경계의 용이성, 아르빌 공항으로부터의 접근성, 도시(라시킨)와 농촌(스와라시) 지역에 대한 고른 지원 등을 감안해 주둔지를 정했다. 숙영지는 아르빌주에 두지만 한국군의 작전 책임지역에는 아르빌주 중부 이외에 역시 쿠르드 자치지역인 니나와주 일부까지 포함된다. 1만㎢ 정도인 한국군 책임지역은 70% 이상이 산악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와 이란에 접해있는 아르빌주 국경지역은 미군과 이라크군이 경비를 담당한다.
자이툰부대 사령부가 주둔하게 될 라시킨은 공항으로부터 1.5㎞ 떨어진 국유지로, 아르빌주가 한국군에게 무상으로 부지를 제공키로 했다. 스와라시에는 한국군 1개 민사여단이 주둔할 계획이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한국군은 연간 1,000달러의 사용료를 내게 된다.
국방부는 현지의 생활수준이 한국의 1960년대 초 수준이며, 후세인 정권 시절 개발에서 소외된데다 유엔의 경제제재까지 겹쳐 사회기반시설이 낙후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호기자
■ 자이툰부대 임무
자이툰부대의 주된 활동은 대민지원이 된다. 동티모르 파병 상록수부대가 성실한 대민지원을 통해 '다국적군의 왕'이라는 호칭을 얻었던 경험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자이툰부대는 이를 위해 1단계 지역민심확보―2단계 지역정부 신뢰 확보―3단계 지역발전 및 국내기업 진출 보장 등 단계별 재건지원 시행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건설협회 등 관련 기관 전문가로 구성된 민사협조본부(CIMIC)도 구성돼 자이툰부대를 돕는다.
국방부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현지 생활수준은 우리나라의 1960년대 정도이고 도시·농촌 간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자이툰부대는 이 같은 현지사정을 감안해 하천정화, 청소차량 지원, 통신망 등 공공시설 복구, 전력시설 보수와 전력공급, 상하수도 개선, 도로복구, 건설 보수 등 생활기초시설 지원활동에 중점을 두게 된다. 이른바 '쿠르드판 새마을운동'이다. 한국 업체가 설계 시공을 맡고 예산 1억5,000만 달러가 투입되는 총연장 38㎞의 아르빌시 순환도로 건설사업 지원도 쿠드르판 새마을운동 차원에서 이뤄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지인들의 고용창출에 역점을 두고 재건지원활동을 펼치겠다"며 "자치정부와 협의해 각종 복구 공사에 현지인들을 고용하고 직업교육을 위한 사회교육센터도 설립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이툰부대는 (주)이랜드로부터 의류 300박스, 아리랑 TV로부터 29인치 TV와 디지털 수신기 400여대, 안경사협회로부터 돋보기와 보안경 1만4,000개 등 17개 기관과 업체로부터 지원 받은 물품을 현지인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수단으로 삼아 초기에 집중 사용할 계획이다. 현지 친화 작업 차원에서 병원 건설과 의료기술·장비 지원, 고아원 양로원 봉사활동, 방역·예방접종 및 구충사업 등도 자이툰부대의 주요 임무가 된다.
반면 치안유지는 현지 치안조직에게 맡기고 자이툰부대는 간접 지원만 한다. 이를 위해 자이툰부대는 민방위군과 경찰요원에 대한 교육훈련, 무전기 피복 순찰차 등 치안장비 지원, 경찰학교 경찰초소 등 치안시설 보수, 경찰행정 시스템 경험 전수 등에 인력을 투입할 방침이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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