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전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바로 그땅. 충남 논산 상월과 공주 계룡지역은 신도안(新都內)과 계룡산을 사이에 두고 서로 등을 맞대고 있다. 이중에서도 신도안은 태조 이성계가 계룡산을 답사한 후 새 도읍지로 정하고 공사를 시작했던 곳이다. 신도안이라는 지명도 여기서 비롯됐다. 그러나 '정씨를 가진 왕조가 집권하면 좋을 땅'이라는 도참설과 뱃길, 교통이 불편해 수도로 부적합하다는 무학대사의 말에 따라 결국 한양에 도읍지를 정했지만 '명당'은 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월지역 주민들은 신도안만의 도읍지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이태조가 도읍지를 물색할 때 계룡산 주변을 다 살폈기 때문에 신도안뿐 아니라 상월지역도 유력한 후보지의 하나였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청룡백호' 뚜렷, '명당'이라는 평
이런 배경때문인지 이 지역이 정부의 행정수도 후보지에 포함되자 주민들은 한결같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대 행정수도 이전을 검토할 당시 공주(장기)·연기지구와 함께 상월지역도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2년전에는 논산시가 충남도청 이전 후보지로 추천했던 지역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대전에서 상월을 가려면 1,4번 국도(국도가 겹친다)를 따라 논산방향으로 가다가 연산 네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697번 지방도를 타야 한다. 오른쪽의 계룡산을 끼고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더 달리면 야트막한 산과 논이 이어진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앞쪽에 연천봉∼천왕봉∼국사봉으로 이어지는 계룡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남서쪽으로 노성산(해발 315m)이 뒤를 받치고 있는 전형적인 분지 지형이다. 풍수적으로 주산과 청룡백호가 뚜렷하고 명당도 광활하여 수도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청와대, 국사봉 밑 대명리가 적지'
대전과는 불과 13㎞. 3군본부가 들어서 군사도시로 개발된 계룡시 지역이 지척이어서 두 도시를 배후도시로 활용할 수 있는 반면 계룡산이 가로막혀 도시가 연결될 가능성은 적어 도시의 비대화 가능성은 연기지역 보다 훨씬 낮다.
충남도 관계자는 "산세가 높지않고 구릉지가 많은데다 대부분 미개발지여서 도읍지도 개발하면 비용이 다른 곳보다 훨씬 적게 들 것"이라며 "이용 가능한 토지 면적도 넉넉해 인구 50만 도시건설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성미 급한 주민들은 벌써부터 청와대 자리는 계룡산 국사봉 밑 상월면 대명리쪽이 적지이고 필요한 물은 공주까지 들어온 금강물을 끌어오면 된다는 등 나름대로 도시 설계를 하기도 한다.
70년대 행정수도 이전작업 담당자들을 도와 함께 후보지를 둘러보았다는 정철상(67·계룡면 죽곡리)씨는 "공주 장기와 연기, 충북 청원 등을 둘러보았지만 행정수도 적지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가졌다"며 "계룡산 자락 밑의 상월면 대명리지역이 터가 넓고 행정기관 입지로는 가장 좋다는 얘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교통편은 서쪽으로는 천안-논산 고속도로가 지나고 앞쪽으로는 호남고속도로와 호남선 철도가 인접해 있다. 또 도시 중간을 국도 23호선이 남북으로 가로질러 지나가 수도권 등에서의 접근성도 괜찮은 편이다. 앞으로 신설되는 호남선 고속철도 노선이 이 지역을 통과하게 되면 접근성은 상당히 좋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2월부터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여 땅값도 크게 높다. 계룡지역 논의 경우 거래가는 공시지가의 2배가량인 평당 4만∼5만원 선이어서 다른 지역보다는 공시지가와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장기·연기지구보다 더 서남쪽으로 치우쳐 영남과 강원지역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흠이 있다. 공항과의 연계성도 다른 후보지보다 불리하지만 현지인들은 "인근 군부대 활주로를 이용하면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우린 말고 옆으로 오는게 좋죠'
주위의 여러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은"괜히 들러리만 서는 것 아니냐"며 신행정수도로 최종 낙점될 가능성에 회의를 표시하기도 한다. 차라리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인근 장기·연기지역의 배후도시로 개발돼 "실리를 챙겼으면 좋겠다"는 주민도 적지 않다. 박평길(61·상월면 대명리)씨는 "수용되는 토지 보상금이 실거래가에 턱없이 모자라 인근 어디서도 농토를 구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이곳보다는 인접지역으로 행정수도가 와서 땅값이나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논산·공주(계룡)=허택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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