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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38>곤차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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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38>곤차로프

입력
2004.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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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년 6월18일 러시아 소설가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가 볼가강 연안 심비르스크에서 태어났다. 1891년 몰(沒). 편모 슬하에서 자란 곤차로프는 모스크바대학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1835년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해 재무부 공무원이 되었다. 그가 주로 맡은 일은 외국문서 번역이었다. 곤차로프의 재무부 생활은 그가 군함 팔라다호를 타고 세계 여행을 떠난 1852년까지 계속됐다.재무부 시절 장편 '평범한 이야기'(1847)를 발표해 문명을 얻은 곤차로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본열도에 이르는 2년 여의 세계일주 항해를 마친 뒤 귀국해, '오블로모프'(1859)와 '절벽'(1869)을 발표하며 당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할 만한 작가에 끼이게 되었다. 드문드문 중편과 단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곤차로프 문학의 고갱이를 담고 있는 것은 '평범한 이야기'에서 '절벽'에 이르는 이 세 장편이다. 특히 일리야 일리치 오블로모프라는 귀족 청년의 실패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오블로모프'는 '오블로모프시치나'(오블로모프 기질)라는 말을 러시아 문학사전에 굵은 글씨로 올렸다.

서유럽에 뒤쳐진 19세기 러시아 사람들의 게으름, 무기력, 허무감, 비활동성 따위를 뜻하게 된 오블로모프시치나는 그것을 전형적으로 체화하고 있는 일리야 오블로모프에게서만이 아니라, '평범한 이야기'의 주인공 아두에프나 '절벽'의 주인공 라이스키에게서도 부분적으로 발견된다. 소설 속에서 오블로모프를 파멸로 몰아가는 이 '악덕'은 러시아에서 막 움트기 시작한 산업자본주의의 빠른 속도, 북적거림, 이해타산 같은 것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무위를 추구하는 소극주의자들의 생의 전략이기도 했다. 오블로모프의 영혼은, 작품 끝머리에서 그의 친구 슈톨츠가 한숨에 실어 내뱉은 발언에 따르면, "유리처럼 깨끗하고 맑았고, 고결하면서도 온화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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