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개봉작들은 가히 ‘진수성찬’이라 하기에 손색없다. 주로 화제의 외국 영화들로 채워졌다는 게 다소 걸리긴 하지만. ‘슈렉 2’는 그 중에서도 남녀노소 막론하고 적잖이 매료시킬 초강력 메뉴다. 개봉 3주 만에 북미지역에서만 3억 달러를 돌파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서구 한 평자의 진단처럼 “활기차고 재미로 가득 찬 코미디 어드벤처로서 아마도 올 여름 최고의 가족 영화로 떠오를 것이다.” 이곳에서도 역시.정색하고 플롯을 따진다면 여느 할리우드 실사 영화 못지않은 도식성과 우연성에 의존하는 그 대박 애니메이션의 극적 전개에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는 매혹이 즐비하다. 1편을 한층 능가하는 화려하고 다양한 캐릭터 및 활기 넘치는 개그와 조크, 디즈니는 물론 할리우드 왕국을 종횡무진으로 풍자하는 독설 등이 그것들이다.
그래도 왠지 지나치게 가벼운데다 애니메이션이라 끌리지 않는다고? 뭔가 묵직한 실사 영화가 보고 싶다고? 그런 분들에겐 우선 1980년 5ㆍ18 광주항쟁-그 날도 일요일이었다-의 아일랜드 버전이라 할, 1972년 1월30일 이른바 ‘피의 일요일’을 극화한 ‘블러디 선데이’(감독 폴 그린그래스)를 ‘강추’한다. 2002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공동으로 안았다-등의 사실은 이 역사적 다큐 드라마가 안겨줄 감동, 충격을 전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친 입자와 카메라 흔들림을 수반한 영화는 마치 그 사건의 실제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감동을 넘어 어떤 분노의 감정을 고양시킨다. “당신은 이 영화를 감정적으로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아프게 느낄 것이다”(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는 어느 평가처럼. 어쩌면 영화를 보면서 작금의 이라크 전을 떠올릴 이도 적지 않을 성도 싶다. 나처럼….
‘몬스터’(감독 패티 젠킨스)는 ‘블러디 선데이’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적잖은 충격을 안겨줄 작품이다. 창녀이자 레즈비언으로서, 18세 소녀 셀비(크리스티나 리치)의 연인으로서, 1989년부터 10개월 간 무려 6명의 남성을 살해하며 미국 전역을 경악케 했던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의 실제 삶을 극화한 화제의 문제작이다.
그 여인의 짧은 삶에 손가락질을 보낼 수는 없다. 왜냐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영화는 다른 것 다 제쳐두고 그 빼어난 미모를 망가뜨려 가며 에일린으로 거듭 난 샤를리즈 테론의 열연만으로도 놓치기 아깝다. 올 베를린 영화제 및 골든글러브,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싹쓸이한 게 그냥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소문난 괴짜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의 ‘차례로 익사시키기’ 또한 감독의 명성에 완벽히 부응하는 문제적 수작이다. 할머니부터 딸, 손녀에 이르는, 씨씨라는 동일한 이름을 지닌 3대의 세 여성이 차례로 남편을 익사시키는 과정을 감독 특유의 괴팍한 스타일로 펼쳐 보이는 기이한 매혹의 영화.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전찬일/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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