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부르짖는 경제 구조개혁 노선의 전도사 역할을 맡아온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ㆍ53) 경제재정ㆍ금융 담당 장관이 7월11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에 자민당 비례 후보로 출마한다.고이즈미 총리는 16일 밤 출마를 고사해온 다케나카 장관과 부인까지 불러 “누구보다 구조개혁을 잘 알고 있으니 선거를 통해 개혁의 필요성을 호소해달라”고 설득해 수락의사를 받아냈다.
게이오(慶應)대 경제학 교수로 있다가 2001년 고이즈미 정권 출범 때 과거 자민당 거물 의원들이 맡아온 주요 경제 장관에 발탁된 다케나카 장관은 은행 부실채권 정리, 우정사업 ㆍ도로공단 민영화 등 고이즈미 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개혁노선에 반대하는 자민당의 고이즈미 반대 파벌들은 “민간 학자라 정치와 경제현실을 모르는 소리를 한다”고 시종 다케나카 흔들기를 시도해왔지만 올해 들어 경기회복세가 분명해지면서 일단 잦아든 상태다.
고이즈미 총리는 연금 보험료는 올리고 수령액은 줄이는 연금개혁법 제정, 자위대의 이라크 다국적군 참가에 대한 반대여론으로 고전이 예상되는 참의원 선거에 추진력과 선명성, 전문성이 강한 다케나카 장관을 당의 간판 후보로 내세운다는 복안이다.
장관을 그만둘 경우 학계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며 정치입문을 꺼려온 다케나카 장관은 “커다란 저항을 넘어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미션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결심을 한 이상 전력을 다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경제계에서는 “의원이 돼 장관을 겸직하면 당내 흔들기가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과 “민간인 출신이란 자유로운 입장이 오히려 약화돼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엇갈린다.
고이즈미 총리에게는 다케나카 장관이 대량 득표를 해주면 성공이지만 득표수가 저조할 경우 “개혁정책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만큼 정치적 역풍을 맞을 소지도 잠복해 있다.
제1야당 민주당은 벌써부터 다케나카 장관을 선거전의 최대 표적으로 보고 공격재료 수집에 나섰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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