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영상철학가 빔 벤더스(59) 감독은 베르너 파스빈더와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뒤를 잇는 뉴저먼 시네마 2세대의 기수다. 뉴저먼 시네마의 특징은 영화의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이미지, 음악, 대사 등 각종 기호를 통해 관객이 스스로 찾아내게끔 만드는데 있다.벤더스는 여행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데뷔작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1971년), ‘도시의 앨리스’(74년), ‘잘못된 움직임’(74년) 등은 모두 주인공이 길을 떠나면서 겪는 일을 다루고 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초청으로 미국에서 ‘해미트’(82년)를 작업하며 할리우드 시스템을 경험했지만 그의 영상 철학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파리, 텍사스’(84년)를 통해 미국과 유럽 영상미학의 차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공고히 했다. 대표작 ‘베를린 천사의 시’(86년)에서는 이 같은 주제 의식을 심화시켜 끊임없는 이미지의 충돌로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의 긴장 관계를 표현했다.
그러나 철학적인 그의 영상은 소외된 인간의 의사 단절을 다룬 ‘이 세상 끝까지’(91년)가 관객에게 외면당하며 전환기를 맞았다. 한동안 침체기를 거친 그는 대중 음악을 접목한 ‘리스본 스토리’(94년ㆍEBS 19일 밤 11시10분)로 재기했다. 이후 쿠바 음악가들의 세계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부에나비스타 쇼셜클럽’(99년)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2000년에 만든 ‘밀리언달러 호텔’은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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